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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MBTI에 중독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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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서는 '비과학적'이라 비판
입사시험 등 오·남용 우려도 심화

[전쟁과 경영] MBTI에 중독된 사회 MBTI 검사의 16가지 성격유형 모습.[이미지출처= 마이어스브릭스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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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친구든 연인이든, 어떤 관계로 만나는 사람이든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바로 ‘MBTI’ 성향이라고 한다. MBTI 소개팅, 궁합부터 심지어 일부 공기업에서는 자기소개서 항목에까지 기재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크게 유행하게 됐지만, 사실 MBTI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만들어진 성격유형검사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MBTI의 공식 명칭은 ‘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지표(Myers-Briggs-Type Indicator)’로 1944년 교사이자 작가인 캐서린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가 함께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사람은 심리학을 전공한 인물들이 아니다. 교사였던 캐서린 브릭스는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칼 융의 분석심리학 책을 읽고 성격 유형 분리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눠 MBTI 검사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딸과 함께 이 검사를 만든 이유는 진로 고민이 컸던 여학생들의 상담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은 유럽 전선과 태평양 전선으로 차출되면서 노동력 부족이 극심해지자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일부 여성인력들은 동원령을 내려 업무를 강제 배정하기도 했다.


그전까지 사회활동보다는 결혼과 육아, 가사활동에 집중된 전 근대적인 여성의 직무에만 익숙했던 여성들은 갑작스럽게 진로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로인해 성격, 성향과 맞지 않는 직장에 들어가거나 업무가 배정된 여성 근로자들의 고충이 갈수록 심해졌다. 당시 브릭스 모녀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직장에 사람을 맞추라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며 이 검사를 통해 기업이 직원들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MBTI는 다른 성격유형검사들에 비해 훨씬 간단하고, 검사 결과도 바로 나오는 데다 가격 또한 저렴한 장점이 부각되면서 198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지금까지 29개 언어, 115개국에 퍼진 이 검사는 한때 미군은 물론 노키아 같은 국제적인 대기업들도 인사평가에 활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0년대 이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비전문가들이 만든 검사라며 인기가 크게 식어버렸다. MBTI 검사는 사실 과학적 검증이 이뤄진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리고 매우 복잡한 인간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단순화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3국에서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가 있던 ABO 혈액형, 별자리 성격테스트 등의 자리를 이어받은 MBTI는 이젠 오·남용을 걱정해야 할 수준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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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업들이 자기소개서에서 이 검사 결과 내성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I’가 붙은 수험자들은 애초 배제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새로운 차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직장에 사람을 맞추지 말라며 만든 검사가 한국에서는 정반대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정작 이 검사를 만든 모녀는 둘 다 'I' 성향이었다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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