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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쫄지마"나를 깨운 메시지…민금채 대표

수정 2022.11.10 15:40입력 2022.11.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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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쿡' 사업 종료 후 눈물의 퇴사
B급 농산품 활용 푸드테크 스타트업
재고곡물 위기 대체육 개발 美 진출
대학 첫학기 등록금 내준 담임선생님
힘들떄마다 위로 김봉진 의장 등 큰 힘
내가 받았던 것들 아낌없이 나눠줄 때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10월 19일 개최한 ‘2022 여성리더스포럼’에서 국내외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가운데 40인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했습니다. 성별·인종·장애·가난 등 온갖 장벽과 경계에 직면해서도 그것에 굴하지 않고 경계를 부수거나 뛰어넘어 새롭고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한 여성 리더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다시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파워K-우먼]"쫄지마"나를 깨운 메시지…민금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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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대표님, 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2017년 5월, 동태찌개를 사이에 놓고 민금채 수석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같이 울었다. ‘배달의민족’ 서비스로 스타트업계 성공 신화로 우뚝 선 우아한형제들이 다음 아이템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밀키트 사업 ‘배민쿡’을 접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진두진휘한 민 수석도 조기 폐지에 따른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김 의장이 마지막까지 그를 설득했지만 그의 마음을 되돌리긴 어려웠다.


그리고 두 달 뒤, 민 수석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를 설립했다.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43)는 눈물의 퇴사를 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직접 스타트업을 해보니, 회사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멋쩍어했다. 그러면서 "그땐 (서비스 폐지를) 오롯이 받아들이기에는 담당자로서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컸다"면서 "내가 만든 서비스인데, 내가 포기하기 전엔 끝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고 회상했다.


지구인컴퍼니는 ‘못생긴 농산물’을 활용해 식물성 식품을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2017년 7월 첫발을 뗐다. 민 대표는 "배민쿡 밀키트 사업을 위해 식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농산물 재고 손실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밀키트 사업이 못생긴 농산물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품에 어글리 푸드를 접목하는 시도를 했고 그 과정이 무척 재밌었다"고 말했다.


가장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관두고, 민 대표는 약 두 달간 100여개 농가를 직접 돌아다니며 ‘B급 농산물’ 재고를 눈으로 확인했다. 민 대표 개인이 짧은 기간 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지만, 전국 5만개가 넘는 농가 수를 감안하면 충분한 시장조사는 아니었다. 정부나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최상품이 아닌, B급 농산물에 대한 재고나 유통 데이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직접 보고 ‘이 문제는 해결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며 "(재고 농산물) 문제가 정말 있는지 파악하고, 이 문제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 (사업적)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첫 출시 제품은 자두 병조림이었다. 다행히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고, 농산물 특성상 제품 출시 후 빠른 재고 소진을 위해 평균 두 달에 하나씩 신제품을 개발해 출시했다. 그렇게 약 1년간 못생긴 농산물로 만든 상품을 내다 팔았고, 당시 지구인컴퍼니가 거래하던 53개 농가 중 16곳이 재고창고를 텅텅 비웠다. 그러자 농가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시장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농산물은 농가들 입장에서도 골칫거리였던 탓에 ‘재고를 팔아준다더라’는 소문이 나면서 민 대표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농가들이 오히려 먼저 연락을 취해 왔다.


그런데 품목이 의외였다. 지구인컴퍼니는 주로 채소, 과일류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했는데 정작 농가들이 재고 처리를 요청해 온 품목은 쌀, 콩, 잡곡류였다. 민 대표는 "묵은 쌀을 팔아달라고 해서 시장에 내놨더니 ‘이렇게 잡내가 나는 쓰레기를 왜 파냐’는 욕을 엄청나게 먹었다"며 "곡물은 재고로 팔면 안 되겠다 싶어서 미숫가루, 스무디, 요거트 등으로 가공해 팔았지만 죄다 망해 전량 폐기했다"고 말했다. 창업 후 맞닥뜨린 첫 위기이자 최대 위기였다.


재고 곡물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콘퍼런스 참석차 방문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민 대표는 우연히 접한 ‘임파서블 버거’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가 패스트푸드 본토인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인컴퍼니의 대표 제품인 ‘언리미트(UNLIMEAT)’는 그렇게 시작됐다.


언리미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그로부터 2년여가 더 걸렸다. 못생긴 농산물로 가공한 제품과는 달리 식물성 대체육은 제품화를 결심했다고 해서 곧바로 출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대체육 연구개발(R&D)에 얼마의 시간과 돈이 더 필요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못생긴 농산물로 번 돈을 모두 언리미트 R&D에 썼다"며 "2년 정도 R&D을 한 뒤에야 기본 기술력이 겨우 갖춰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것도 부족해 새벽,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뛰다가 5억원 규모의 첫 투자를 겨우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언리미트는 지금도 함량의 약 10%를 재고 곡물로 사용하고 있다. 지구인컴퍼니의 창업 정신과 미션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각종 가공식품에 활용되는 대체육뿐만 아니라 직접 구워 먹는 슬라이스 제품도 출시했다. 아울러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지난 2월 현지 지사를 설립, 노력 끝에 최근 미국 전국단위 리테일 채널에 입점이 확정됐다. 내년 1월부터 미국 전역에서 언리미트 제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민 대표는 "미국은 비건 시장 규모가 크고 이미 햄버거 패티, 소시지류 등 많은 제품이 출시돼 있다. 언리미트는 슬라이스 불고기 등 ‘K-푸드’ 스타일로 차별화해 세일즈했는데, 다행히 미국에서 기회가 잘 만들어졌다. 최근 가장 즐거운 소식"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매 순간 험난한 도전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처럼 민 대표가 걸어온 길도 ‘탄탄대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아버지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났다. 등록금을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집안이 급격히 기울면서 민 대표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변호사 사무실 비서로 취직해 돈을 벌었다.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제자를 안타깝게 여긴 고3 담임선생님이 야간대학 입학지원서를 직접 써주며 설득했고, ‘나중에 여유가 되면 다시 수능 봐서 4년제 대학을 가라’는 약속과 함께 첫 학기 등록금을 내줬다고 한다.


약속대로 대학을 졸업한 민 대표는 잡지사 연예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카카오, 우아한형제들을 거쳤다. 지금이야 ‘성공한 스타트업’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기업들이지만 당시만 해도 온갖 신규 서비스를 내놓고, 또 실패하며 고생하던 시기였다. 이때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은 ‘창업자’로서의 민 대표 인생에 소중한 자산이 됐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의 김 의장은 민 대표가 롤모델로 꼽는 인물이다. 지금도 스타트업 경영전략이나 브랜딩 철학 등 많은 부분에서 조언을 받고 있다.


민 대표는 "농장이나 제조공장을 다니다 보면, 50~60대 중년분들이 많은데 여자란 이유로 하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엉덩이 한 번 흔들어주면 1㎏당 100원 깎아줄게’ ‘아가씨, 막걸리 한 잔 따라봐’ 이런 말을 많이 들으면서 수치심도 느꼈고 자존심이 상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업 초기) 힘든 상황에서 투자를 받고 싶어 투자자들을 쫓아다녔는데 30여곳에서 모두 거절당하고, 당장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까지 뛰면서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다"고 돌아봤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5시께, 김 의장으로부터 갑자기 문자가 왔다. ‘쫄지마’라는 짧은 메시지. 그는 문자를 보자마자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민 대표는 "(사업하다 보면) 가끔 너무 지치고 그야말로 ‘쫄리는’ 상황이 많다"면서 "그때 정말 위로가 됐던 그 말을, 지금도 가끔 혼자 속삭인다. ‘쫄지말자,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버텨왔으니 조금만 더 해 보자’고"라고 말했다. 2017년 자신의 회사를 떠나겠다는 민 대표에게 김 의장은 ‘네게 빚진 마음이 있다. 언젠가 (나를) 히든카드로 한 번 써라’는 약속을 했는데, 약 4년 만인 지난해 지구인컴퍼니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민 대표는 "아직 ‘성공했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 막 창업을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서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기분"이라며 "이젠 내가 받았던 것들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보답해야 할 때"라고 웃으며 말했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프로필

▲1979년생 ▲2003~2006년 여성조선 연예 취재팀 기자 ▲2007~2012년 여성중앙 기자/ IMC팀 통합마케팅 담당 ▲2012~2015년 카카오톡 마케팅 담당 ▲2015~2017년 우아한형제들들 ‘배민쿡’ 사업부 담당 ▲2017년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 설립 ▲2019년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 론칭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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