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의견수렴 거쳐 법안 마련
OTT업계, 규제 강화될까 우려
3사 여전히 적자 신세인데
방발기금 부과 여부에 촉각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12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방송법에 편입시키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방통위가 OTT를 방송과 같은 서비스라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외쳐온 만큼, 업계에선 방발기금 징수 우려와 더불어 규제 강화에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미디어' 정의 바꿔 OTT도 방송법에 편입
방통위는 6일 오전 2022년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12월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미디어 매체별로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OTT) 등으로 분산된 규제체계를 하나의 법제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디어의 정의를 바꿔 OTT까지 분류에 포함될 수 있게 했다. 프로그램 선택·편성 등을 행하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채널 등을 시청자(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법체계를 이원화하고 규율 수단을 마련한다. 기존 지상파와 위성, IPTV 등과 달리 OTT는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고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받아 방통위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방통위 내부적으로는 커지는 OTT 시장 관련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방통위가 OTT를 미디어로 보고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의지를 밝힌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가통신사업,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상미디어콘텐츠로 보고 각각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주무부처 간 OTT 규제 관할을 두고 정리된 것은 없는 상황으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OTT 사업자에게도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은 OTT에 대한 기금 부과 여부다.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지배력이 급격히 강화되면서 OTT 사업자와 이용자에게 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원안들이 발의됐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12월 영화발전기금 부과 관련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21년 9월 온라인플랫폼기업 등 부가통신사업자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방송통신발전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역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기금 징수 필요성에 원론적으로 '찬성' 입장을 내고 있어 업계에선 불안감이 높아졌다. 한 위원장은 작년 8월 기자간담회에서 "OTT들에 대한 기금 징수의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추진에 앞서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듣고 납득할만한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방통위, 과기정통부가 공동관리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은 2022년 1조3910억원으로 전년보다 508억원(3.5%) 줄어든 상태다.
문제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과 달리 국내 OTT업계가 여전히 적자 상태라는 대목이다. 2021년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매출액 6317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 52%, 94%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반면 국내 OTT 3사 매출은 늘었지만, 3개사 매출을 다 합쳐도 4324억원에 그쳤다. 3사 영업손실 규모는 총 1568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튜브의 경우 OTT로 분류할 수 있을지 여부도 논란이 많아 적자를 내고 있는 국내 사업자들만 기금 징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OTT업계는 미디어 법제 개편으로 인한 규제 강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TT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범주도 논의되지 않은 채 기존 미디어와 단순 유사성 비교를 통해 기계적으로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수준"이라면서 "이미 OTT들은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망법,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등 여러 법 규제를 적용받는데 미디어법 적용 시 중복규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충분한 검토가 없다"고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법이 규제를 강화한다기 보다는 불확실한 지위의 OTT에도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규제 리스크를 완화시키고 중복 규제를 해소한는 의미가 있다"며 "업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TT 기금 부과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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