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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의 피스앤칩스]'삼성·TSMC' 협력 앞세운 인텔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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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반도체 패키징 표준 기술 'UCIe' 강조
가격 낮추고 성능 높이고…삼성·TSMC도 남는 장사

편집자주반도체. 매일 듣지만 설명하려면 도통 입이 떨어지지 않는 개념입니다. 현대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이니 모르면 안 될 것 같은데, 막상 반도체를 다룬 기사와 책은 어렵기만 해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근데, 알고 보니 반도체 참 재밌는 것 알고 계신가요? 반도체 부품 하나에도 업계 전반의 메커니즘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다소 불편한 반도체 분야의 숨겨진 맥락과 의미, 피스앤칩스에서 떠먹여 드릴게요. 숟가락만 올려두시면 됩니다.

[김평화의 피스앤칩스]'삼성·TSMC' 협력 앞세운 인텔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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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꾀하는 인텔이 지난주 자사 행사에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등장시켰다고 합니다. '경쟁사보다 우리가 이렇게 월등하다!'고 외칠 법도 한데, 오히려 두 사업자와 협력·개방 키워드를 강조했다고 하니 그 배경이 궁금해집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파운드리 시장 특성과 인텔의 사업 과제가 실마리입니다.


개방형 반도체 생태계 꿈꾸는 인텔

인텔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이노베이션 2022'를 개최했습니다. 세계 개발자를 대상으로 인텔의 혁신 기술을 소개하며 자사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목적을 둔 행사입니다. 흔히 세계 개발자 축제라 부르는 애플의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와 성격이 유사합니다.


인텔은 생태계 확장이라는 행사 취지에 맞게 첫날부터 개방, 협력 등의 키워드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사업자 간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3월부터 추진하는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 컨소시엄을 내세웠습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 표준을 만들고자 인텔이 주도적으로 조성한 조직체이죠. 여기서 말하는 반도체 패키징은 쉽게 말해 여러 반도체를 쌓거나 합치는 것을 말하는데요, UCIe 컨소시엄에선 서로 다른 공정 기술로 설계·제조된 칩렛(칩 조각)들을 한 데 패키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자가 머리를 맞댔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텔의 반도체와 TSMC의 반도체, 또 다른 제조사의 반도체를 연결할 수 있도록 표준 규격을 만들자는 겁니다.


인텔은 이날 행사에서 ARM과 퀄컴, AMD,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80여 업체가 UCIe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며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혁신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깜짝 게스트로 삼성전자와 TSMC 관계자를 영상에서 선보이며 이들의 지지 발언을 통해 협력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죠. 이날 행사 발표만 보면 마냥 훈훈한 광경인데,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데는 인텔의 막중한 사업 과제가 있습니다. 반도체 왕국으로의 화려한 복귀 말입니다.


[김평화의 피스앤칩스]'삼성·TSMC' 협력 앞세운 인텔의 속내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이노베이션 2022 첫째날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 제공=인텔


인텔 IDM 2.0 핵심 '파운드리'…삼성·TSMC도 남는 장사?

인텔은 과거 중앙처리장치(CPU)를 주력으로 반도체 업계를 주름잡던 선도 사업자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인텔을 설명하기에 무리가 없는 표현이지만 과거 위상은 어마어마했죠. 1993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선 이후 20년 넘게 내리 왕관을 차지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다 2017년 삼성전자에 처음으로 역전당하며 체면을 구긴 후론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2019년부턴 인텔이 다시 1위를 유지하는가 싶더니 지난해부턴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1위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2분기에 전분기보다 16.6% 줄어든 148억6500만달러(약 21조 4205억원)의 매출을 기록,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 늘리며 2위에 머물렀습니다.


인텔은 사업 부진을 극복하고자 지난해 큰 결단을 했습니다. 취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던 밥 스완 당시 최고경영자(CEO)를 지난해 1월 해임하더니 VM웨어 CEO이던 팻 겔싱어를 새 CEO이자 구원투수로 발탁했습니다. 겔싱어 CEO는 과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는 등 인텔에서만 30년간 근무했던 기술 전문가입니다. 당시 USB와 와이파이(Wi-Fi) 등 표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할이 컸다고 하는데요, 그가 유독 UCIe를 강조하는 것이 이해 가는 배경입니다.


겔싱어 CEO는 취임 뒤 지난해 3월 인텔이 과거 영광을 회복할 수 있도록 '종합반도체기업(IDM) 2.0' 비전을 내놨습니다. 인텔의 위상 회복을 위해 반도체 설계와 생산까지 이르는 제조 역량을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특히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꼽았습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 2위 사업자인 TSMC와 한국이 3~5나노미터(㎚, 10억분의 1m) 미세 공정에서 다툼을 벌이는 사이 인텔은 7㎚ 공정에 머물러 있어 과제가 큰 상황인데요, 인텔은 이 과정에서 UCIe를 통해 당장의 경쟁 대신 협력으로 시장 먹거리를 챙기려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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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삼성전자도 남는 장사입니다. 회로 선폭을 줄여 미세 공정 수준을 높이는 기존 방식으로는 기술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반도체를 패키징하면 제조 비용과 복잡성은 줄이되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패키징한 반도체에 오류가 있으면 해당 문제를 야기한 칩렛만 교체하면 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술이 표준화하면 반도체 출시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죠. 두 사업자 비중만 70%인 과점 시장에서 경쟁만 하기보다는 나눌 수 있는 전체 파이를 늘리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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