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올해 9~11월 매출 전망치로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제시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반도체 업계 '쇼크'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은 반도체 수요 감소에 대응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날 실적 자료를 통해 2023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이 42억5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이 40억달러대 매출을 기록한 것은 2020회계연도 2분기(2019년 12월~2020년 2월)로 약 3년 전이며, 매출 전망치로 내놓은 숫자는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시장 전망치(60억달러)를 크게 밑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 실적 발표가 빨라 업계 실적 풍향계로 불린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는 상황에서 나왔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3분기(7~9월)가 성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로 PC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은 물론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사용량이 크게 줄면서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수요 감소라는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제이 메호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023회계연도 자본지출이 30% 감소할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행동을 취하라는 것이고 우리는 중요한 행동을 이미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 비해 웨이퍼 팹 설비투자를 거의 50%를 줄이는 등 공급 확대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이 이날 발표한 2022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은 66억4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0% 감소했다. 마이크론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22회계연도 1분기(2021년 9~11월) 이후 3분기 만이며 60억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6분기 만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하반기에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래를 내다볼 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고 가시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이날 1.94% 떨어진 50.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4% 이상 하락했지만 메호로트라 CEO가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온 이후 주가는 반등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마이크론은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와 경쟁하는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분기 기준 24.5%로 삼성전자(43.5%), SK하이닉스(27.4%)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해 2분기 중 점유율을 0.7%포인트 확대해 2위인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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