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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 의미 갱신한 '만다라' 김성동 작가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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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향년 75세
현실 속에 뛰어들어 자신을 낮추어 가는 자세 가리켜
남북 분단, 민중 저항·봉기 사실적으로 그려내

구도 의미 갱신한 '만다라' 김성동 작가 별세(종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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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는 진정한 구원과 성불의 문제를 종교적 배경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법운의 아버지는 좌익이란 이유로 처형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가출한다. 법운은 종조모댁 산장에서 머물다 지암 스님의 설법을 듣는다. 진정한 구도(求道)를 성취하고자 출가해 전국을 떠돈다.


그는 벽운사에서 파계승 지산을 만난다. 불교 계율에 아랑곳하지 않고 술과 여자를 가까이하는 파계승이다. 법관이 되려고 했으나 인간이 인간을 재판하는 모순에 회의를 느껴 입산했다. 그러나 딱 한 번 눈길이 마주친 여인으로 인해 파계했다. 법운은 그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살까지 생각하나 그간 수행이 피안으로의 도피를 꿈꾼 것이라고 반성한다. 진정한 구도는 계율과 피안이 아닌 세속에 있다고 깨닫는다.


구도의 의미를 자전적 경험으로 갱신한 김성동 작가가 25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5세.


1947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법운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아버지는 해방 공간에서 남로당원으로 활동하다 산골짜기에서 사상범 2000여 명과 함께 처형됐다. 고인은 연좌제 족쇄가 채워져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1964년 서울 서라벌고등학교를 중퇴했다. 도봉산 천축사로 출가해 12년간 수행자의 길을 걷다 새로운 탈출구로 문학을 선택했다.


고인은 1976년 '주간종교'에 첫 단편 소설 '목탁조'가 당선돼 등단했다. 그러나 악의적으로 불교계를 비방하고 모독했다고 오해받아 승적에서 제명됐다. 그해 가을 하산한 고인은 1978년 '만다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이듬해 장편으로 개작 출간해 문단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인간 세상과의 만남 속에서 진정한 수도와 성불이 이뤄짐을 강조한 작품이다. 삶의 문제를 종교적 명상 속에서 해소하고자 하는 정통 불교의 참선에서 벗어나 현실 속에 뛰어들어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가는 구도의 자세를 가리킨다. 참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 출간 당시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1992년 프랑스어로 번역돼 출간되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 불교에 대해 "엄격히 말해 절대자에 복속하는 종교라기보다 가혹하게 자기를 추구하고 자기와 대결하는 자력 신앙"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허기가 커질 때 마지막 희망이 보이는 곳이 산이고, 산에 있는 절인데 그걸 특정 종교라기보다 깨달음의 도정을 걷는 우리 정신의 원형질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인은 이후 발표한 '엄마와 개구리', '별', '잔월' 등에서 부재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그렸다. 6·25 등의 상처는 어머니의 복통이나 수난으로 표현했다. 고통스러운 삶의 기록을 통해 오늘날 피폐한 삶의 근원에 도사리는 정체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밝혔다. 2019년에는 해방 공간에서 좌익운동에 투신한 부모와 연좌제에 시달린 가족사를 고백하는 자전적 단편 세 편을 묶어 소설집으로 내놓기도 했다.


고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국수(國手)'가 손꼽힌다. 1890년대 전후 충청도 내포를 배경으로 민중의 고난에 찬 생활상과 탐관오리들의 학정, 일본제국주의의 침략 조짐 등을 다룬 작품이다. 민중의 저항과 봉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역사적 고찰을 통해 이야기한다. 고인은 제목인 국수에 대해 "단지 바둑의 최고수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의술, 그림, 소리, 춤, 음악 등 각 분야 최고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민중이 바치는 꽃다발 같은 헌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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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남북 분단과 가족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공로를 인정받아 신동엽창작기금상(1985), 이태준문학상(2016), 현대불교문학상(2002·1998) 등을 받았다. 빈소는 건국대충주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7일이다.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 등 문인단체들이 공동 주관하는 ‘소설가 김성동 선생 한국 문인장’으로 진행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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