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순찰하던 역무원을 뒤따라가 살해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각계각층이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및 사회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피해자는 검찰로부터 9년형을 구형 받을 만큼 죄질이 중한 가해자에게 계획적인 살해를 당했다"라며 "지속성과 반복성을 가지고 있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던 사법부를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복범죄 방지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속 제도의 재설계도 요청했다.
노동계에서도 나섰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모든 시민과 노동자에게 안전을 보장하라"라며 "서울교통공사는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고 서울시 역시 실질적 사용자로서 사고 진단, 재발방지, 대처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조합도 책임을 다하겠다"라며 "시민이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고 노동자가 안정감을 느끼고 안전이 확보된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촉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전날 오후 5시30분께 피해자 빈소가 마련된 한 병원의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고 신당역까지 이동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집회에 참가한 35명은 '일하다 죽었다' '여성 폭력 없는 일터'등 피켓을 들고 검은색 테이프를 '엑스'(X)자 로 붙인 마스크를 쓴 채 이동했다.
사건 현장이었던 신당역에도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사건이 발생한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 추모공간에서 추모 메시지를 쓰고 국화꽃을 놓았다. 전날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긴급 추모제를 열고 "일터에서 불법촬영과 스토킹에 노출된 여성노동자가 업무 중 살해당한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면 무엇이냐"라며 "정부는 여성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구조적 폭력임을 시인하고 사과하라"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인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6일 사건 현장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에 진보당은 논평을 통해 "올해 사법처리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1285명 가운데 1113명이 여성이다"라며 "스토킹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인 한국 사회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과 남성 간 젠더폭력이 아니면 무엇으로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역시 비판 대상이다. 그는 사건 이후 "가해자가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고 하니까 여러 폭력적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이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 의원은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줬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여성 비하 망언을 서슴지 않은 이 의원을 영구제명함으로써 공당으로서의 위상을 잃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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