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게임 광고에 자주 모습을 보였던 톱스타들이 사라졌다. 높아진 인건비와 신작 게임 개발 지연으로 인해 게임업계가 줄일 수 없는 인건비 대신 마케팅비를 대폭 줄이고 나선 영향이다.
허리띠 졸라매는 게임사…마케팅비용 줄인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주요 게임사 실적은 마케팅비가 좌우했다. 넷마블은 2분기 영업비용 6953억원 가운데 마케팅비는 1444억원으로 약 20%를 차지했다. 넷마블의 2분기 마케팅비는 전년 대비 43.8% 증가했다. 이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글로벌과 ‘머지 쿵야 아일랜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출시하면서 사전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글로벌 진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 출시로 마케팅비용을 204억원 지출했다. 2분기 전체 영업비용 2578억원 중 약 8%에 해당한다.
두 회사의 2분기 실적은 엇갈린다. 거액의 마케팅비를 집행한 넷마블은 영업손실 347억원을 기록한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영업이익 81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달성했다. 신작 흥행 여부와 함께 마케팅 비용을 중심으로 한 영업비용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요 게임사 모두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했는데, 그 이유를 늘어난 마케팅비로 꼽았다. 2분기 별다른 신작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케팅 비용은 매출 대비 11.8%를 기록했다. 이에 엔씨는 하반기 마케팅비 통제를 통한 수익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인플루언서에 광고비 지급 대신 결제 금액 일부 적립
인재 영입 경쟁 탓에 고정비용 가운데 마케팅비용만 효율화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며, 게임업계의 마케팅 트렌드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넥슨은 '크리에이터 후원 시스템'을 신작 ‘히트2’를 통해 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이는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결제한 금액일부가 크리에이터에게 적립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에는 게임사가 임의로 특정 인플루언서들과 접촉해 광고 계약을 맺고, 플레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프로모션이 일반적이었다.
후원 프로그램은 히트2 정식 출시와 함께 약 3개월 동안 베타 테스트가 실시된다. 11월 30일 베타 종료 후 크리에이터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기간을 거친 뒤 추후 정식 서비스로 도입 예정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크리에이터는 누구나 후원을 신청할 수 있고, 그밖에 방송 플랫폼 채널을 보유했다면 신청서에 포함해 작성이 가능하다.
기존 인플루언서들이 광고비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프로모션은 일반 유저에게 박탈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또 인기 인플루언서의 경우에는 수천만원의 대가를 받는데, 신작을 출시할 경우 한 번에 십여명의 인플루언서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마케팅비용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이번 후원 시스템은 마케팅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는 마케팅비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톱스타가 등장하는 TV 광고는 물론 대형 옥외 광고 또한 쉽게 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각 게임별 특성에 맞춰 이용자를 세분화해 실제 수요층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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