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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연구소장 "빅테크와 다른 고객접점, 기업금융서 승부 걸어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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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연구소장에게 듣는 금융혁신]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우리금융연구소장 "빅테크와 다른 고객접점, 기업금융서 승부 걸어볼만"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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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지난 1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와 똑같은 접점을 갖는 건 불가능하다"며 "금융회사별로 잘 하는 분야에서 고객과 접점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강점인 기업금융에서 전용 플랫폼을 내놓고 대기업, 중소기업들과 접점을 만드는 걸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취약계층 지원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에 대해선 "외환위기 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금융회사를 도와줬던 걸 감안하면 은행들도 코로나로 어려워진 고객들을 도와줄 의무가 있다"며 "해외 유수 은행들도 기부를 많이 하는데, 사회가 망가지면 은행도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 업무 확장 범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법 규제 없고 공청회 통해 결정하는 영국 본받을 만

-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를 완화한다고 밝혔는데, 우리나라 금융규제 수준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매우 중요해진 시대지만, 국내 금융 규제는 매우 세서 장벽이 높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려면 금융지주 내 정보통합, 금융소비자의 초개인화, 은행의 비(非)금융 자회사 인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들이 그런 걸 하기에 굉장히 힘들다. 미국도 금융규제가 강하긴 하지만 풀어준 부분도 있다. 1990년대에 금융서비스 특별법을 만들어서 비금융 진출을 허용했고, 2018년엔 금융지주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기관들까지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빅테크가 금융업을 하니까 금융회사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은행들의 요구도,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면 금융당국이 진작 들어줬어야 했던 거다. 지금이라도 선진국과의 규제 차이를 좁히면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 은행이 본업 외 할 수 있는 다른 업무를 네거티브(Nagative)로 허용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은행 부수업무를 네거티브로 전환해도, 결국 금융당국에서 금융회사 신사업을 승인할 때 한 번 더 거를 것이다. 네거티브를 도입해도 여과장치가 있으니 은행의 진출 가능 범위를 넓게 허용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영국에서 많이 쓰는 방법인데, 법으로는 모든 걸 열어놓고 공청회 등 절차를 의무화해 거름망을 만드는 거다. 영국에서 동네 맥주집을 차리려고 할 때 규제는 하나도 없지만 실제론 개업하기 어렵다. 동네 사람들을 몇명 이상을 모아 놓고 공청회를 몇 회씩 하게 돼 있다. 은행이 다른 산업에 진출하도록 금산분리 완화를 해준다고 하면서 무슨, 무슨 업종만 된다는 식으로 정해놓으면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참고로 우리금융은 아직 증권이나 보험 같은 포트폴리오 확충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플랫폼 비즈니스로 가는 기반을 다지기 전이다. 은행과 시너지가 가장 많이 날 수 있는 곳이 증권사라 가장 우선순위일테고,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순일 것이다. 하나의 앱에서 모든 금융업무가 가능한 슈퍼앱인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도 이런 기초공사부터 이뤄져야 한다.


우리금융연구소장 "빅테크와 다른 고객접점, 기업금융서 승부 걸어볼만"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금산분리 완화가 되면 우리금융은 어떤 분야에 진출 할 수 있나.


▲금융사와 빅테크 간에 차이는 접점이다. 카카오는 메신저, 네이버는 검색이 있다.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와 같은 접점은 못 만든다. 자기가 잘 하는 분야에서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금융 서비스를 플랫폼화하면 잘할 수 있을 거다. 일반인들이 매일 카톡에 들어가는 것처럼, 기업 담당자들이 플랫폼에 매력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퇴직연금, 회계, 부동산, 금융까지 많은 기업 업무 영역을 플랫폼에 담을 수 있다.


해외엔 카드로도 재미있는 서비스를 한다. 법인고객의 업무추진비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카드사가 제공한다. 업무추진비를 정리할 때 제일 번거로운 점이 누구와 어디서 돈을 썼느냐다. 그걸 정리해주는 게 기업에겐 편리한 서비스다.


- 금융회사도 IT회사 못지않은 디지털 능력을 갖춰야 할 때다.


코로나 사태가 금융회사의 IT기술 발전 속도를 더 높였다. 코로나 사태 전에도 비대면이 중요하다고 말은 했지만 지금은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 지금은 금융회사가 디지털화를 제대로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한다. 어느 외국계 컨설팅 회사도 5년 안에 모든 금융거래가 비대면화될 거라고 했다. 이미 개인 고객은 세대 구분 없이 나이 많은 층도 은행 업무를 앱으로 본다.


작년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대중 부유층(소득상위 10~30%)'을 대상으로 조사 한 결과를 보면 '앱이 좋으면, 주거래 은행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손태승 회장이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매일 같이 출근해서 우리WON 뱅킹 앱을 점검한 이유이기도 하다.


-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가 시작됐다. 가상자산 시장에 은행이 들어가면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코인이 자산으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고 본다면, 그것을 금융 바깥에 두는 건 소비자 보호에 해롭다. 여러가지 조건이 붙긴 하지만 금융회사들에게 수탁 업무, 거래소 운영,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은행도 코인플러그라는 회사와 작년에 가상자산 수탁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우리금융연구소장 "빅테크와 다른 고객접점, 기업금융서 승부 걸어볼만"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최근에 은행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우리금융지주가 맨 처음으로 23조원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외환위기 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금융회사를 도와줬다. 당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했지만, 그 과정을 거쳐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단단해졌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고객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으니 이제는 금융회사가 국민들을 도와줄 의무가 있다. 금융회사들의 이익도 엄청나게 났다. 그 돈을 아껴도 상당 부분 세금으로 갈텐데, 고객들을 돕는 데 써야 한다.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홍콩, 중국에 기부를 많이 한다. 그게 금융회사 살아가는 방법이다. 사회가 망가지면 은행도 생존할 수 없다.


- 그룹 내에서도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지.



작년 가을쯤에 금융권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거라는 게 가시화됐다. 당시 그룹 내에서 금융의 공공 기능에 관한 이슈가 나왔다. 그때 만들기로 한 게 최근에 설립인가를 받은 우리금융미래재단이다. 물론 정부나 금융권이 취약계층, 특히 빚 내서 투자 한 청년들을 도와주는 게 문제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은행에 꼬박꼬박 이자를 납부를 했는지, 직장에 다니는지, 구직활동을 하는지 보면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 지금은 어렵지만 가능성 있고 성실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은행 입장에선 미래 고객을 한 명 더 확보하는 것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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