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수도권 출퇴근족 하루 3시간 허비…하늘택시가 뜬다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기리에 최근 종영한 JTBC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언급했다. 이 드라마는 경기도에 있는 가상의 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삼남매의 고단한 일상을 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드라마의 메시지를 알고 있다"면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통 일자를 최대한 앞당기라고 주문했다.
우버를 비롯해 GM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국내 업체들은 UAM이 GTX보다 더욱 빠르고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UAM에 국가적 기대를 걸고 있다. 국토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로드맵 작성에 착수했다. UAM은 지금 어디까지 왔고, 어떤 걸림돌과 마주하고 있을까.
하늘택시(UAM)의 공식적인 명칭은 ‘도심 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다. 전기동력·친환경 저소음 항공기와 수직 이착륙장을 기반으로 도심 환경에서 사람과 화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송하는 차세대 첨단 교통체계를 의미한다. 플라잉카, 에어택시, 드론택시라고도 불리며 전세계가 주요 미래 혁신산업으로 꼽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UAM 사업을 향후 주요 미래 혁신사업으로 선정한 상태다. K-UAM 로드맵에 따르면 2024년 실증비행, 2025년 상용서비스 최초 도입, 2030년 본격 상용화 될 예정이다.
◆자칫하다간 한강 수상택시 꼴…하늘택시 과제는= 하늘택시(UAM)가 모빌리티의 혁신의 첫 주자는 아니다. 한강헬기, 한강수상택시가 앞서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정부는 2025년까지 상용화를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하늘택시가 비상하기 위해 넘어야할 걸림돌은 수없이 많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11분’, ‘1km 당 500원 요금’ 등 이목을 끄는 헤드라인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하늘택시에 호의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지만, 막상 하늘택시에 선뜻 올라탈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시민의 80%가 "하늘택시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나, 의향이 없는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우려(39.9%)"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장밋빛 전망과 달리, 하늘택시가 실제론 편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도심 내에 하늘택시가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터미널 구축은 하늘택시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정부는 2013년 한강헬기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헬기장 자체가 적어 접근성이 낮았고 비용도 비쌌다. 한강 수상택시도 접근성 및 연계교통의 부족으로 인해 하루 이용자 수가 1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 확보도 관건이다. 운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기체 및 부품(배터리·모터) 가격 하락, 교통관리 시스템 자동화 등이 실현돼야 한다. 장기적으론 자율비행이 완벽히 구현돼야 한다. 인건비와 높은 개발비용 등을 고려할 때, 자율화 기술이 실현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강이 핵심 노선…보안·항공 규제도 넘어야= 안전·편의성·경제성 못지 않게 하늘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복병은 정부, 즉 규제다. 신성장산업이 느리게 변하는 법과 제도에 가로막힌 사례는 수없이 많다.
모빌리티 업계는 하늘택시 도심 실증과 첫 상용화 노선으로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한강변, 이와 인접한 서울 중심부를 꼽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집무실 이전에 따라 용산·한강 한복판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주기적으로 내놓는 항공고시보에 따르면 새 비행금지구역은 용산 전쟁기념관 반경 2마일과 대통령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반경 1마일이다. 서울 주요 도심과 한강변이 모두 비행금지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UAM 업계 관계자는 "한강은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주변에 미칠 환경부담이 적은 최적의 실험장이지만 비행금지구역이 풀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제 혁신과 투명한 로드맵 제공이 UAM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비행금지구역 규제 해소를 위한 초기 논의를 국방부, 서울시 등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빌리티 혁신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도 지난 6월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4개 분과별 논의에 즉각 착수하고,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 반영할 핵심 과제를 검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간 중심으로 구성된 혁신위가 혁신적인 과제들을 발굴하면, 정부도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구세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추후 UAM 상용화를 위해선 관련 법·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면서 "UAM 교통수단에 대한 구체적 정의, 기체 기술기준, 운항기준, 교통관리기준, 터미널 등 인프라 관련 기준, 운송사업 제도, 운항 자격기준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