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유행
크롭탑 로우라이즈 팬츠 조합
최근 e커머스에서 Y2K 검색 늘어
Z세대 중심으로 반향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오버사이즈의 와이드 팬츠와 배가 훤히 드러나는 짤막한 상의, 군함이 연상되는 청키한 느낌의 플랫폼 슈즈….
요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이 같은 옷차림을 한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20여 년 전유행한 옷차림을 뜻하는 일명 ‘Y2K 패션’이다. Y2K 패션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유행한 패션을 뜻한다. Y2K는 연도를 뜻하는 ‘Year’의 ‘Y’와 숫자 ‘2’, 1000을 나타내는 ‘Kilo’의 ‘K’를 합성한 말로 1999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컴퓨터 버그 해프닝의 이름과도 같다.
Y2K 패션은 현재의 30~40대에겐 아주 익숙한 느낌이다. 일부는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잊고 있었던 과거 패션의 흑역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레트로보단 뉴트로에 가깝다. Y2K 패션에 열광하는 이들 역시 Z세대로 분류되는 ‘요즘 애들’이다. 과거 추억을 소환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Y2K 패션을 재해석하며 이를 ‘힙하다’고 느끼는 셈이다.
실제로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선 지난 1~2월 기준 Y2K 패션 관련 상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그재그 고객 검색·구매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Y2K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61배(6043%) 이상 늘었다.
Y2K 패션을 축약하는 키워드는 ‘화려함’이다. 다소 과해보이기까지 하는 화려한 스타일링과 컬러감, 과장된 느낌의 핏감이나 과감한 노출이 특징이다. 이 같은 세기말 감성에 독특한 절개나 미래 지향적인 아이템 등 현대적인 요소가 더해지면 힙한 패션이 완성된다.
Y2K 패션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크롭탑(Crop top)과 로우라이즈(Low rise) 팬츠의 조합이다. 과거 이른바 ‘배꼽티’로 불렸던 짤막한 상의에 밑위 기장이 짧아 골반에 걸쳐 입는 하의를 착용하는 스타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리 위로 바지를 올려 입는 하이웨이스트(High waist) 팬츠가 유행했으나 지난해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를 시작으로 다시 이런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미국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패리스 힐튼, 제니퍼 로페즈 등을 필두로 유행했던 스타일이다. 요즘은 두아 리파나 벨라 하디드 등 해외 셀럽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블랙핑크 제니, 아이브 장원영, 선미 등이 자주 이런 착장을 선보이며 Z세대를 중심으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Y2K 패션엔 쥬시 꾸뛰르로 대표되는 벨벳 소재의 트랙 셋업도 빼놓을 수 없다. 와이드 팬츠도 남녀를 불문하고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서 두툼한 밑창의 플랫폼 슈즈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Y2K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과거를 풍미했던 브랜드들도 다시 부활하는 추세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와 노티카 등을 비롯해 2000년대 초와 1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데님 브랜드 트루릴리젼, 스톰 등도 국내에서 리론칭됐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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