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동의로 합의된 로비스트
보좌진 출신·고위 공무원 퇴직자 등
"국회 혼자 다 할 수 없어 중간 에이전시 필요"
17대 국회에서 입법 움직임도
특정 이익집단 소통 창구 우려 반론
"합법화 한다고 음성 로비 근절 되지 않아"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금보령 기자, 권현지 기자] 국회 보좌진들이 기업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점은 대관 업무의 필요성, 즉 입법 로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로비스트 제도를 아예 합법화 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반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우리나라에서 로비는 사실상 불법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알선수재죄에 걸리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대신에 암묵적 동의로 합의된 로비스트, 대관 업무 담당자가 활동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실무진 차원에서 보좌진 출신들을 뽑기도 하지만 대형 로펌을 통해 대관 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로펌은 고위 공무원 퇴직자 등을 입법 컨설팅 명목으로 채용하는가 하면 최근 들어서는 보좌진 출신들도 뽑아가고 있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삼성의 경우 법무법인에 외주를 주는 형태로 대관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로비는 불가피하다. 산업과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그에 따른 지형이 재설계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입법과 규제 개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국회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국회 사무처나 전문위원들이 산업 전문가들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며 "민간에서는 엄청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고 이를 적재적소에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업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가 혼자 다 할 수 없다"며 "산업도 알고 국회도 아는 중간의 에이전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좌진 출신 기업인들이 맡게 되는 대관 업무는 미국의 ‘로비스트’와 비슷하다. 미국에서 로비는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청원권(Right to Petition) 보장의 일환으로 국민의 기본권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때 로비 합법화 움직임이 한 때 있었다. 17대 국회에서 이승희 전 민주당 의원, 이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정몽준 무소속 의원 등이 로비스트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로비스트로 등록하고 활동 내역과 지출 비용 등을 공개하자는 법률안으로 건전한 로비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로비스트가 있는 게 오히려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된다"면서 "로비 업무가 합법화 되면 뒤에서 몰래 술 먹거나 밥 먹으면서 하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적극적으로 법안을 만들어낼 수 있어 기업엔 더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26조에도 청원권은 보장돼 있지만 로비스트 합법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특정 이익집단의 소통 창구로만 활용될 가능성이 커서 국민 정서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해관계자들 간 충돌이 생겼을 때 누가 더 유리하겠느냐"며 "결국 미래 가치를 지향하는 입법 보다는 자기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국에서도 로비스트를 견제하는 제도가 있다"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비스트를 합법화 할 만한 전제 조건을 우리가 갖추고 있느냐 또 양성화를 위해 어떤 조건과 내용으로 로비를 하는 지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합법화를 한다고 해서 음성적 로비가 근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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