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년 특례 프로그램'도 신설
2030 빚 부담 덜어준다
"투자는 개인 선택" vs "정신적 충격 등 고통 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최근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자 정부가 청년층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 책임이 개인에게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던 당시 상황에 비춰 젊은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려해야 한다는 다른 의견도 있다.
정부는 14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금리상승에 따른 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 등 취약부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금리 등 대환과 채무조정, 신규자금지원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청년층의 빚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신용회복위원회에 '청년 특례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기존에 신청자격 미달 청년층에 대해서도 이자감면, 상환유예 등을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채무조정 프로그램 대상에 선정되면 소득·재산을 고려한 채무과중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받을 수 있다. 연 10% 수준의 금리가 5~7%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또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유예를 해주고 이 기간 연 3.25%의 낮은 이자율을 부과한다. 대상자는 만 34세 이하인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나이스 744점·KCB 700점) 저신용 청년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로 대출이 늘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동산 가격 폭등에 불안한 마음으로 내집 마련을 위한 '영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청년들 모두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 비용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도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했다가 실패한 이들에 대한 구제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개인회생 절차 관련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실무준칙 조항을 새로 만들고, 1일부터 변제금 산정할 때 주식·가상자산 투자로 생긴 손실금은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회생이란 빚 부담으로 파탄에 이른 채무자 중 앞으로 계속 수입이 예상되는 이를 구제해 주는 제도로 일정 기간 빚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 빚이 탕감된다.
하지만 청년층들의 경제적 재기를 위해 지원에 국가가 나선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영끌·빚투족(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의 낸 빚을 성실하게 노동한 다른 사회구성원들이 지는 게 부적절하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A씨(25) "투자의 판단은 개인이 하는 것 아니냐"며 "누가 등 떠밀어서 투자한 것도 아니고 저금리 상황 이용해 투자했다가 빚지게 된 건데 자기책임 원칙을 벗어나는 정책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코로나19 대규모 유행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영끌과 빚투는 물론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상황인 만큼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당시 너도 나도 '막차를 타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투자 실패 시 겪는 정신적 충격이나 생활고를 겪기도 하니 원금 상환을 늦춰주는 정도는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과 가상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한강 교량에서의 상당 전화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지난 4일 한국생명의전화에 따르면 'SOS생명의전화' 4일 올해 1~6월 한강 교량에서 상담 전화를 건 MZ세대는 전년 대비 8%p(포인트) 이상 늘었다.
전문가는 이번 대책에 대해 전 정부의 부동산 폭등 여파로 인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사람들이 영끌로 내몰린 영향도 있다"며 "특히 영끌족의 상당수가 청년층인 만큼 현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이고, 이후에는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문제는 이 역시 청년층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빚 부담을 줄여주는 일회성 지원을 넘어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체계적으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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