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보험사들, 자본 건전성 관리 철저해야"(종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제공 : 금융감독원)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만큼 자본관리를 더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국내 주요 보험사 CEO와 간담회를 열고 "최근 경기침체 우려와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보험회사의 자본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어느때보다 철저하게 대비해 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RBC(지급여력)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속도가 유지될 경우 보험사들의 자본적정성 등급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보험사마다 전사적 자본관리를 강화하고 자본확충 시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달라"며 "금감원도 금리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등 자본적정성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G손해보험이 RBC 비율 하락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법원이 결정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과 관련해 이 원장은 "행정 재판부의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서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았다.

보험사기와 관련해서는 "보험사기가 보험업에 주는 충격이 크다고 알고 있다"면서 "향후 업계 쪽에 보험사기와 관련해 어떤 정부의 대응 체계가 적절한지 의견을 달라고 (보험사 CEO들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 자산의 부실 가능성도 염려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및 해외 대체투자의 부실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PF 대출 관련 여신감리를 강화하는 한편 대체투자 관련 자산 건전성 분류의 적정성 등에 대한 자체점검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해외채권 등 상당 규모를 외화자산으로 운용하면서 91% 가량을 외환 파생상품을 통해 헤지하고 있다"며 "환헤지 전략을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해 외화 유동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소비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 의료자문 및 부지급 증가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원장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당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의료자문 풀(Pool)에 대한 공정성 확보 등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당면 현안도 계속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금리상승기인 만큼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서도 힘써 달라고 했다. 그는 "취약차주의 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출되는지 살피는 한편 보험권에도 도입된 금리인하 요구권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소비자 안내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금감원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현황 공시 등을 통해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정부 합동수사단이 출범하는 가운데 금감원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보이스피싱 범죄 단절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운영과 관련돼 의견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고민 중"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이날 오전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