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우리 모두 등돌리고 매달리고 살지 않나

시계아이콘01분 2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노순택 사진전 ‘검은 깃털’
연작 19점, 역광으로 찍은 흑백 작품
검은 피사체 통해 모순적 본성 표현
내달 17일까지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

우리 모두 등돌리고 매달리고 살지 않나 검은 깃털, 2020,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81x54cm, 남풍리. 사진제공 = 학고재 갤러리
AD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내 몸에 난 털이 깃털이라면 나는 더 가벼워질까? 깃털이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슬퍼 말라 스스로를 타이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끝내 가벼워진 채로 흩어지고 말 테니까.”


한국 사회의 이념 대립과 정치적 주제를 렌즈에 담아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노순택 작가의 개인전 ‘검은 깃털 Shades of Furs’이 7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에서 개최된다.


우리 모두 등돌리고 매달리고 살지 않나 검은 깃털, 2016,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62x108cm, 오쇠리. 사진제공 = 학고재 갤러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작업한 ‘검은 깃털’ 연작 19점을 선보인다. 모두 역광사진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검은 윤곽 안에 세부가 갇히고, 극단적 농담(濃淡) 대비가 두드러져 관객에게 회화적 충격을 선사한다.


통상 역광은 사진촬영에서 가급적 피하는 조건으로 여겨진다. 화면 속 피사체의 세부가 어둠에 쉽게 묻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극단주의자의 뻔한 화법인 역광을 전면 수용하는 동시에 현 시대의 사회상을 그 속에 투영한다.


우리 모두 등돌리고 매달리고 살지 않나 좋은 살인, 2009,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62x108cm, 서울. F15 이글. 사진제공 = 학고재 갤러리

윤곽에 갇힌 세부의 무게를 가늠해 보자는 작가의 제안은 관객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깃털(세부)이 윤곽에 갇혔다 해서, 무게가 달라졌는가. 무엇으로 무게를 가늠하는가” 라고 되묻는다.


노순택은 역광사진으로 뻔한 스타일이 된 ‘실루엣’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18세기 프랑스 재정 장관 ‘에띠앙 실루엣’의 이름에서 따온 실루엣은 전쟁으로 궁핍해진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 강력한 긴축과 증세 정책을 폈던 그의 궤변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림의 재료는 검은 물감이면 모자람이 없고, 형상 또한 윤곽이면 충분하다는 실루엣 장관의 일장연설 덕에 그 이름은 ‘안 좋은 것의 모든 것, 싸구려 비지떡’의 대명사로 통용되는 수모를 겪었다.


실루엣은 사진에선 역광사진을 지칭한다. 역광사진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가릴 수밖에 없는 사진의 모순적 본성을 발견한 작가는 이를 ‘극단주의자의 화법’이라 명명한 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극단주의 화법을 그 속에 흘려보낸다.


우리 모두 등돌리고 매달리고 살지 않나 검은 깃털, 2017,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62x108cm, 서울. 사진제공 = 학고재 갤러리

선과 악 사이의 모호함, 흑과 백 사이의 회색을 허용하지 않는 극단주의 화법이 환영받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농담(濃淡)이 거의 없는 작가의 극단적 역광 풍경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오직 흑과 백만이 관객을 맞는다. 피사체는 윤곽으로만 묘사됐다. 하지만 다가가면 검다 희다 말하기 어려운 모호한 회색도 보인다. 또렷한 삶조차도 다가서면 애매하고 모호하듯 명백해 보이는 갈등과 폭력의 세부에도 아찔한 회색이 있음을 작가는 실루엣을 통해 강조한다. 윤곽에 갇혔다 해서, 어둠에 묻혔다 해서, 있던 것이 없던 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외침이다.


AD

작가는 “작품 설치를 마치고 찬찬히 둘러보니 윤곽과 세부의 관계, 흑과 백 사이 낀 회색에 관한 작업인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서짐’의 장면들을 모아뒀구나 싶었다”며 “덜 보여주면서 더 자세히 보여줄 수 없을까를 고민해왔는데 관객들이 많은 말을 나눌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