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층서 누군가 던져
보행자·운전자에 공포 대상
범인 찾기 어렵고 처벌 제각각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단지 내 인도를 지날 때마다 불안하다. 단지 곳곳에 깨진 유리병 조각들이 있어서다. 누군가가 고층에서 유리병을 바닥을 향해 던져서 생긴 것들인데, 벌써 여러 차례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 주민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범인을 찾지는 못했다. 경찰은 유리병 조각들을 회수하고 인근 CCTV 등을 통해 조사에 나섰다.
지난 4월에도 대구의 시내 도로를 운행하던 차량으로 맥주병이 날아와 차 뒤편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블랙박스에는 아파트 옥상에서 맥주병이 날아오는 모습이 선명히 찍혔다. 경찰은 맥주병을 회수해 지문 감식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16일에는 부산에서 도로를 주행 중이던 차량 위로 음식물이 들어있는 쓰레기 봉투가 떨어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차량 앞 보닛으로 떨어진 봉투가 터지면서 안에 들어있던 청국장 등 음식물 쓰레기가 차량 앞 부분을 뒤덮었다. 이 차량 운전자 역시 사건을 경찰에 접수했다.
아파트 옥상이나 고층 베란다에서 악의적으로 쓰레기 등을 투척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범인을 특정하기가 어렵고, 현장에서 적발할 여지도 적어 아파트 관리 주체나 경찰에서도 애를 먹고 있다. 고층이나 옥상을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는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그물망이나 안전펜스는 미관 등의 이유로 입주민들이 설치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입장에서도 이 같은 행위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문 부착과 안내 방송, 현수막 게시 등이 유일한 대책이다.
피해 정도에 따라 처벌 기준도 천차만별이다. 이 같은 투척 행위는 기본적으로 경범죄처벌법상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형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다른 사람의 재물에 피해를 입혔을 경우에는 고의성이 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고의성이 없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중상해는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상해치사의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 등 중범죄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가벼운 물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가속도가 붙어 흉기가 될 수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신체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