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물보호단체, 바이오 기업 동물실험 현장 폭로
中, 신약 열풍에 실험용 원숭이 사재기까지
국내서도 한해 실험용 400만 여마리 사용
전문가 "동물 대체 실험법 늘려나가야 해"
[아시아경제 강우석 기자] "사재기에 강제로 약물투여…"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경쟁으로 실험용 동물에 대한 학대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SUS)는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 이노티브의 인디애나주 실험실의 동물실험 실태를 공개했다. HSUS측은 이 실험실에 비밀조사관을 파견, 7개월간 70여개 연구에 직접 참여하며 목격한 현장을 촬영했다.
보도에 따르면 HSUS측은 신약 개발 실험 과정에서 직원들은 동물의 목구멍에 강제로 튜브 등을 삽입해 화학물질 등을 주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동물들이 구토, 고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음에도 약물을 투여를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관은 동물들이 철창 안에 갇혀 울음소리를 내거나 비틀거리는 모습 등을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HSUS 측은 "수의사는 개와 원숭이들이 고통으로 울부짖는데도 그들을 치료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에게 '동물들에게 다시 약을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키티 블록 HSUS 대표는 "미 식품의약국(FDA)과 제약 업계가 동물의 고통을 이용하기보다는 동물 실험을 더 우수한 기술로 대체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몸부림쳐도 강제로 약 주입"…동물실험 막을 방법 없나 [안녕? 애니멀]](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411271640579906641A_1.jpg)
신약 개발 경쟁으로 실험용 동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사재기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최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한 신약 개발 기업은 한꺼번에 실험용 원숭이 2만여 마리를 사들였다. 이 업체는 실험용 동물 공급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원숭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가 공급업체를 직접 인수한 것은 치솟는 실험용 원숭이 가격 때문으로 전해졌다. 실제 업체간 경쟁으로 실험용 원숭이 값은 최근 8년간 23배나 폭등했다는 것이 매체측의 설명이다.
동물실험을 둘러싼 논란은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해 국내에서 실험용으로 사용된 동물은 약 414만마리에 달한다.
상당수 동물이 실험 과정에서 고통을 겪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윤리위측은 실험용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 강도를 나타내는 '고통 등급'을 A~E등급으로 나누는데 전체의 74%인 넘는 306만6000여마리가 D·E등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등급은 E에 가까울수록 고통의 강도가 강하다는 의미다.
이같은 실태가 알려지며 실험동물 학대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대학생 A씨는 "1년 전부터 화장품 같은 제품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곳에서 구매하고 있다"며 "동물 희생을 줄이는데 시민들이 동참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연구그룹인 '인간동물네트워크'가 최근 발간한 '동물복지 정책 및 제도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 가량이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수준이 '현재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서는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한 행동(복수응답)과 관련해 59.9%가 "동물학대 상품 구매를 거부했다"고 답했다.
동물학대를 줄이기 위한 법안도 미비하다는 것이 관련 단체들의 입장이다. 지난 4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실험동물 관련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 동물실험기관에 실험동물 건강 및 복지 증진 업무 전담하는 전임 수의사 배치 등의 내용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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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통이 심한 높은 등급의 실험이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앞으로 보다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동물 대체 실험법을 늘리고, 철저한 실험 원칙을 마련해 비윤리적인 실험을 줄여하 한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beedoll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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