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무역적자 138억달러…금융위기보다 빨라
고유가에 에너지 수입액 급등…대외 무역조건도 악화
3개월 연속 무역적자 가능성…2008년 이후 14년만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138억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빠른 속도다. 고유가 여파에 에너지 수입액이 급등하고 있어 무역적자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60억달러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이 21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어나는 동안 수출은 151억달러로 12.7% 증가한 데 그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6억7000만달러 적자였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138억달러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출은 3077억달러로 1년 전보다 15.8% 증가했고 수입은 3215억달러로 26.8%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123억달러 흑자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도 무역적자는 8월 들어서야 100억달러를 넘었다.
무역적자가 가파르게 치솟은 건 에너지 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원유(88.1%), 석탄(223.9%), 가스(10.1%)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석탄의 경우 지난달 사상 최대 수입액을 경신했다. 반도체(0.8%), 석유제품(94.5%) 등 주요 수출 품목이 선방을 하고 있지만 무역수지는 적자를 면하지 못한 이유다.
중국의 봉쇄조치 등 대외 무역조건 악화로 주요국 수출도 위축됐다. 중국과 미국 수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2%, 9.7% 감소했다. 베트남(-8.3%), 유럽연합(-23.3%), 일본(-17%) 수출도 일제히 줄었다.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갈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무역수지는 올 4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이 2000년대 들어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낸 건 2008년이 마지막이다.
무역적자 기조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식량보호주의로 인해 국제 곡물 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농산물 수입액은 최근 3개월 연속 20억달러를 웃돌았을 정도다.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무역적자가 160억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청이 수출입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연간 최대 무역적자는 2008년 기록한 132억6741만달러였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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