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 함락 임박
러시아군, 포위망 촘촘히 좁혀...돈바스 80% 장악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가 함락 직전 상황에 놓였다. 러시아군은 그동안 큰 전선확대 없이 주요 도시들의 포위망을 구축하는 이른바 '가마솥 전술(cauldron)'을 펴온 것으로 알려져 세베로도네츠크 함락 이후 돈바스 내 주요 도시들이 연달아 무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공개한 영상자료를 통해 "불행히도 러시아군이 도시 대부분을 장악했다"며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됐으며, 이미 도시 절반 이상은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고 밝혔다.
세베로도네츠크는 돈바스를 방어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보급 중심지로 현재 도네츠크 지역의 중심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에서 지원받은 군수물자가 이곳을 통해 돈바스 지역 방어부대들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러시아가 이곳을 점령하면 돈바스 지역 대부분의 방어선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군은 피해규모가 3만명을 넘어서고 사기가 크게 떨어지면서 전선확대를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지만, 이와 별개로 러시아군의 전술 또한 크게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초반 속전속결을 위해 전선을 크게 확대했다가 곳곳에서 패전한 것을 교훈삼아 점진적인 전선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은 전쟁 초반의 전술적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주요 도시들에 대한 소규모 포위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가마솥 전술에 집중하고 있다"며 "포위된 주요 지역의 수비대와는 정면대결을 피하고 공습을 통해 사기를 꺾으면서 전력을 소모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로얄유나이티드서비스연구소(RUSI)의 전쟁전문가인 닉 레이놀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전체 작전에서 점진적인 재조정에 나서고 있으며 작전 목표도 더욱 세밀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지상군이 아직 제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는 모습이지만, 서방에서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이미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일대의 약 80% 이상을 장악, 혹은 주요 도시들을 포위한 상태로 보고 있다. 보급 핵심지인 세베로도네츠크 함락 이후 주변 도시들이 연달아 무너질 경우, 다시 키이우 인근 도시들이 군사적 위협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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