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하베스트 매각 작업 착수…이달 협상 돌입
2009년 약 5조원에 인수…연내 매각 마무리 방침
'돈 먹는 하마' 전락…최근 5년새 1조4000억 손실
해외사업 대대적 구조조정 검토…헐값 매각 우려도
2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석유공사는 최근 하베스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캐나다계 민간 자원개발 기업 A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이달 중순 매각 협상에 돌입했다. 석유공사는 연내 하베스트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하베스트는) 최대한 빨리 매각하는 게 목표”라며 “다만 수조원 단위 거래여서 협상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가 2009년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일환으로 인수한 회사다. 앞서 석유공사는 2008년 ‘석유공사 대형화’ 방침을 수립하며 해외 석유개발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40억8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들여 하베스트 지분 100%를 인수한 것도 그래서다. 하베스트 부채는 물론 정유 부문 자회사인 날(NARL) 동반 인수액이 포함된 금액이다.
하지만 하베스트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에 인수된 후 13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최근 5년새 입은 손실만 1조3848억원 규모다. 부채는 2009년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해 3조4581억원에 달했다.
석유공사도 하베스트 사업 실패의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공사 부채비율은 2017년 719%에서 2019년 3415%로 급증했다. 급기야 2020년에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석유공사 부채는 2017년 17조1278억원에서 지난해 19조9630억원으로 불과 5년만에 3조원 가까이 늘었다.
결국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매각 테이블에 올렸다. 해외자원을 정리하지 않으면 20조원 규모에 이른 부채를 해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외 해외사업을 매각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베스트가 헐값에 팔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공사는 이미 NARL을 2014년 인수액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매각한 바 있다. 석유공사가 이 사업으로 입은 손실만 1조5000억원 규모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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