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나치와 전쟁" 2차대전과 연관성 강조
전승절 퍼레이드 규모 축소…5년래 최소규모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서방의 안보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전쟁의 당위성과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 우려됐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 선언이나 몰도바 등 우크라이나 외부지역에 대한 확전 선언 등은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지지부진한 전황과 서방의 대러제재 압박이 심화되는 경제난 상황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대전 전승절 77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은 서방의 침략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시기적절하고 필요한 대응이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 국경에서 안보 위협을 조성하고 있었으며, 우리 영토를 침범하려했다. 또한 서방은 러시아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다른 계획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2차 세계대전 승리와도 연관지었다. 그는 이날 행사에 참가한 러시아군을 향해 "여러분은 여러분의 조국과 그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네오나치와 싸우고 있으며, 그들이 설 자리가 없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과정에서 숨진 러시아 군인들의 유족에게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러시아를 위해, 승리를 위해, 만세"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마쳤다. 지난 2월 개전 전후로 주장해온 우크라이나 침공전의 명분을 재차 강조하고, 서방의 안보 위협을 막기위한 불가피한 전쟁이라고 밝힌 셈이다.
이날 전승절 군사퍼레이드도 최근 5년동안 진행된 퍼레이드 중 가장 작은 규모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이번 전승절 퍼레이드에 동원된 병력은 약 1만1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1000여명이 적은 규모였고, 2020년 1만4000명 대비로는 3000명 이상 적은 규모였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당국 등 일각에서 제기됐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 선포나 몰도바 등 다른 지역으로의 확전 선언 등은 없었다. 전쟁 초반 러시아군의 잇따른 작전실패와 사상자 규모가 큰 상황에서 섣부른 확전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나토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푸틴 정권이 그동안 각종 전투에서 큰 피해를 본 만큼, 전쟁 초반보다 매우 신중해진 모습"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단념하지 않고 그가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