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소년법원 판사의 활약을 주제로 한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다. 심각해지는 소년범죄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소년법 폐지’ 등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범죄자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으로써 사법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처벌이 미약해 소년범죄가 일어난다며 성인과 똑같이 그들을 형사처벌 하자는 것은 소년들이 왜 범죄로 빠져드는지 그 사정을 이해하지 않은 채 그들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 전가시키는 무책임한 행위다.
소년범죄의 원인은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잘못이 가장 크다. 가정 붕괴와 결손가정 증가, 불건전·퇴폐 풍조의 만연, 입시위주 교육, 교권 붕괴 속 증가하는 학교 밖 소년 등. 가정, 학교, 지역사회 어느 하나 소년의 성장을 위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지 않고 남의 일 보듯 방관하고만 있다. 소년범죄자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공식적으로 선포된 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지난 100년 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이 존중받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제12차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조사에서 한국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으며, 청소년 자살률도 OECD 평균보다 1.4배 높게 나타났다. 1997년 이후 매년 10만건이 넘는 이혼이 발생하며 이중 60% 이상이 미혼자녀가 있는 경우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가정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 아이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소년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것도 온전히 아이들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뿐만 아니라 소년이 속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서 엄벌하는 것은 소년범죄의 억제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소년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로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그들이 속한 가정, 학교, 지역사회 속에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년범죄의 예방과 대책을 위해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소년범죄가 잘못된 사회에서 비롯된 부산물인 만큼 그 해결책도 국가정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완전한 가정을 회복시켜줘야 하고, 교육과 선도를 바탕으로 학교 밖 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줘야 하며,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을 차단하고, 상처받은 소년들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확충해야 한다. 이 모든 책임을 남의 일이라 여기고 국가에만 돌리는 것은 소년을 돌보고 교육해야 할 책무를 지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소년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소년이 속한 우리 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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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우 경남대 공공인재대학 경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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