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한 지 2년.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의 격랑을 총력을 다해 헤쳐 왔다. 메르스라는 예방접종을 경험하고 코로나 대응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협조와 함께 공공의료와 지역의료계, 지자체, 정부 간 유기적인 방역체계를 조기에 구축해 세계에서 손꼽는 코로나19 대응국가로 올라서며 월등한 방역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서울의료원 또한 방역체계의 중심축으로 코로나 발생과 함께 코로나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확진자 치료의 최전선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워왔다. 2년여간 본원과 강남분원, 한전과 태릉 생활치료센터를 통해 2만5000여명의 코로나 확진자를 치료해냈다. 그럼에도 모두가 그토록 염원하고 갈구해왔던 ‘코로나 종식’은 비현실적인 목표가 됐고, 우리는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맞고 롱코비드를 준비하게 됐다. 위드 코로나는 실질적으로 사회적 합의와 우리의 마음가짐이 관건이지만 문제는 롱코비드다. 짧게는 2주, 길게는 수개월간 이어지는 코로나 후유증의 고통과 피해가 상당하고 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는 가려져 있었지만 증상과 발생비율이 점점 구체화될 정도로 확연해지는 추세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비율만 전체 확진자 중 20%,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우리 의료계는 그동안 코로나19에 대응해 온 것처럼 롱코비드 역시 능동적으로 잘 준비해가고 있다. 개인병원에서는 1차 진료를, 좀 더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환자들은 공공병원에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매끄러운 협진과 연계관리를 위해 지자체와 보건소가 힘을 모으는 롱코비드 대응 시스템은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다.
그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왔지만 코로나 전담 공공병원들은 코로나 대응이 끝나면 코로나 이전의 경영상태를 복구해야 하는 숙제를 곧바로 받아들게 된다. 서울의료원의 경우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이지만 평상시에는 병원 자체의 운영비를 보전할 수 있도록 적정 이용객의 숫자를 끌어올려 공공의료와 병원경영을 함께 이뤄내야 한다. 코로나 이후 발생하게 될 새로운 감염병 재난에 대한 대비 또한 또다른 과제다.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재난이 5년마다 돌아오는 발생주기를 보이고 있는데, 코로나가 이미 2년 반의 시간을 빼앗아 갔기 때문에 새로운 감염병 재난으로부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어쩌면 2년 남짓밖에 안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감안할 때 향후 감염병 재난에 대한 대비는 투자의 규모가 아무리 커도 넘친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빨리 감염병 환자를 전담해 치료할 수 있는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더욱 효율적이고 발전된 정부와 지자체, 공공의료기관과 지역 의료계 간 소통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수집하고 반영해 그에 대응조치가 연동되는 중앙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코로나19는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감염병 재난은 준비 부족을 설명할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19의 경험을 백신 삼아 다음 감염병 재난을 막아내야 한다. 시간이 없고 우리 스스로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을 찾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코로나19 현황판의 숫자는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송관영 서울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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