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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다"…게임업계 첫 파업 결의, 지각 변동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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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 노조, 게임산업 첫 파업 가결
'고연봉' 부러움 사는 IT업계
높은 업무 강도, 크런치 등 논란 많아
최근 일부 사업장서 변화 움직임

"시대가 바뀌었다"…게임업계 첫 파업 결의, 지각 변동될까 하늘에서 본 국내 IT 산업 단지 판교 테크노밸리 모습. 게임 개발사 웹젠 또한 판교에 사옥을 두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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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온라인 게임 서비스업체 '웹젠' 노동조합(노조)이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게임을 비롯한 정보통신(IT) 산업은 잦은 야근, 높은 노동강도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이 적은 축에 속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노동 문화의 '변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웹젠 노조, 국내 게임업계 최초 파업 가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웹젠위드)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쟁의권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조합원 92.78%가 참여한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현재 웹젠 노조의 구체적인 파업 날짜 등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1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회사에 다시 한번 대화를 촉구했으며, 답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웹젠 노조는 보도자료를 낸 후 하루 뒤인 12일 웹젠 대회의실에서 열린 화섬 IT위원회(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한컴·포스코ICT 노동조합 등 참여)에서 향후 진행 방향을 공동 논의하기도 했다.


웹젠 노조와 사측은 임금 교섭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앞서 노조 측은 임금 1000만원 인상을 제시했으나, 사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16% 인상 및 일시금 200만원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사측은 평균 10%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으며, 일시금도 사내 평가 'B등급' 이상을 받은 직원들의 경우에만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웹젠은 최근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웹젠의 지난 2020년 연간 매출은 2940억원, 영업이익은 1082억원, 당기순이익은 862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67.0%, 109.0%, 104.5%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2847억원·영업이익 1029억원·당기순이익 868억원으로 유사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사측이 직원들에게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나누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사측은 노조와의 소통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사측은 "노조가 장외 파업을 한다고 해서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속해서 노조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고연봉' 부러움 사지만…크런치·임금 불균형으로 얼룩진 개발직


만일 웹젠 노조가 공식 파업에 돌입하면 국내 게임산업 역사상 최초의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웹젠 노조의 향후 움직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시대가 바뀌었다"…게임업계 첫 파업 결의, 지각 변동될까 지난 2020년 10월19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광장에서 판교 IT노동자 실태조사 및 노조가입 캠페인에 돌입한다고 알리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IT 산업은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플랫폼, 전자상거래 분야는 물론 넥슨·넷마블·NC소프트 등 게임 업체들도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산업의 눈부신 발전에 비해 노동자들이 단체 행동을 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일례로, 국내 최대 IT 기업 중 하나인 네이버의 노조는 지나 2018년 4월에야 설립됐다. 네이버 노조는 1년 뒤인 2019년 2월 '공동성명' 쟁의를 통해 IT 업계 내 첫 단체 행동에 나섰다.


IT·소프트웨어(SW) 개발은 대표적인 고연봉 화이트칼라 직종으로 알려져 있으나, 업계 내부에서는 가혹한 노동 조건으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특히 서버를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게임 산업의 경우 업무 강도는 더욱 심했다. 지난 2016년에만 해도 게임 개발자 4명이 과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심야에도 게임회사 사무실은 불이 환히 켜져 있다며 '등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게임 소프트 발매나 중대한 업데이트 시점을 앞두고 1~2주일 동안 철야 노동을 하는 '크런치'도 있었다. 이같은 관행은 해마다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에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1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 개발자 중' 크런치가 있다'라고 답변한 비중은 지난 2019년 60.6%에서 지난해 15.4%까지 감소했다.


IT 업계의 최고 장점으로 꼽히는 고연봉도 업무·직위 등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리어 플랫폼 '프로그래머스'가 지난해 말 개발자 536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개발자 10명 중 5명에 육박하는 49.8%는 40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이 넘는 고연봉을 받는 개발자는 전체 가운데 1.3%에 그쳤다.


"몇년 전엔 상상도 못 한 일…시대 바뀐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기업 내 단체 행동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중소 게임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독립 게임 스튜디오를 차렸다는 30대 A씨는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야근이나 크런치는 개발자로서 당연한 의무였다. 고연봉은 대기업 일부 직원들 이야기지, 개발자 중 상당수가 박봉에 시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뀐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었다"…게임업계 첫 파업 결의, 지각 변동될까 개발자는 대표적인 고연봉 직종으로 알려져 있으나, 잦은 야근, 크런치 문화 등 높은 업무 강도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사진=연합뉴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개발자들이 노조를 설립한다든가 하는 일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의 개발자들이 유입되고 개발이나 노동에 대한 인식도 변하면서 이쪽 산업도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한 보안 회사에서 근무 중인 개발자 이모씨(30)는 "최근 국내에서도 개발자를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연봉이나 복지 혜택 등을 개선하려는 사측의 움직임이 보인다"라며 "개발자들도 불만이 있으면 참는 게 아니라 직접 목소리를 내다 보니 사측과 근로자 사이의 균형이 맞춰지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IT산업 내 노사관계가 기존의 비대칭적 관계에서 대칭적 관계로 조정되면서 노동조건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IT 산업은 규모에 비해 노동조합 활동은 미약했던 편이다"라며 "하지만 노조 조직화가 활발해지는 방향으로 전개되면 사측과 근로자가 대칭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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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노조가 조직된 사업장 중 세부 업종, 기업 규모 등에 따라 초(超)기업교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노조들은 장시간 노동 해소, 일과 삶의 균형, 임금 체계 개편, 휴식권 확보 등 공통의 이슈를 가지고 행동하고 있어, 노조들이 단합된 교섭을 진행하면 전체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노동조건 개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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