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빵' 필두로 레트로 열풍 재확산
식품·패션업계 과거 인기제품 재출시 잇따라
싸이월드 귀환에 과거 배경 드라마 인기도
"기성세대부터 MZ세대까지 폭넓은 공감"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박주희씨(35·가명)는 요즘 ‘추억 여행’에 빠져있다. 초등학생 때 모으던 ‘띠부띠부씰’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포켓몬빵을 먹고, 과거 자신의 ‘미니홈피’를 그대로 재현한 싸이월드 계정도 새로 만들었다. 최근 즐겨 찾는 옷도 ‘복고’가 키워드다. 로라이즈(Low-rise·골반에 걸친 느낌의 하의) 청바지에 짧은 기장의 상의를 주로 입는다. 과자나 먹거리를 살 때도 과거 느낌의 패키지가 보이면 왠지 모르게 손이 간다.
레트로 열풍이 다시 확산하면서 유통업계도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추억 ‘복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시 유행했던 아이템이나 먹거리가 십수 년 만에 재출시되는가 하면 관련 마케팅도 잇따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레트로 열풍의 주역은 단연 ‘포켓몬 빵’이다. 지난 2월 첫 출시 이후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시중에선 구하기는 물론 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지난 7일에 출시된 시즌2 제품 역시 품절 대란이다. 이런 흥행에 힘입어 식품업계에선 과거 추억과 관련한 마케팅이 쏟아지는 중이다. 빙그레는 1992년 출시됐다가 단종됐던 미니 아이스바 ‘링키바’를 재출시하기로 결정했고, 해태제과는 최근 첫 출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스페셜 에디션 ‘커스타드 크림’ 홈런볼을 내놨다. 오리온의 ‘와클’과 ‘태양의 맛 썬’도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재출시됐었다. 팔도의 ‘뿌요소다’, 롯데제과 ‘조안나바’ 등도 마찬가지다.
패션업계도 앞다퉈 추억 소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의 화두는 ‘Y2K’룩이다. 부츠컷 청바지나 로라이즈 느낌의 하의, 오버사이즈 재킷, 벨벳 트랙슈트, 크롭톱 등 과거를 주름잡던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 것이다. 헤지스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데일리 룩’으로 각광받았던 케이블 니트를 최근 새롭게 출시했고, 과거 국민 인형이었던 인형 브랜드 미미와 협업한 제품을 비롯해 인형도 선보였다. 코오롱FnC도 럭키슈에뜨, 코오롱스포츠 등 여러 브랜드에서 과거 유행한 디자인의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프로스펙스도 1990년대 유행했던 오리지널 라인 레트로 러닝화 ‘트리거런’과 ‘로드스타’를 내놨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의 의류 카테고리 랭킹을 봐도 과거 유행했던 디자인을 재해석한 제품이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한다.
최근 토종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싸이월드가 오픈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거세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과거 인기 있었던 애니메이션 등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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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의 주 소비층은 당시 10~20대였던 현재의 30~40대뿐만은 아니다. 지금의 10~20대도 당시의 감성을 현재에 알맞게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전반적인 유행으로 번졌다. 기성세대는 추억과 향수를 느끼는 반면 젊은이들 사이에선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은 미래가 불확실하면 자연스레 과거를 찾곤 하는데 코로나19 등으로 사회 환경이 좋지 않은 시점이라 레트로 열풍이 더욱 큰 공감을 얻는 것"이라며 "과거 추억에 열광하는 현상 이면에는 미래 지향적일 수 없는 현실적인 분위기가 내포돼있고 한동안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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