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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판매상 '반도체 사재기'…中企만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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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부족 때 오픈마켓서 폭리
제품납기 맞춰야하는 中企들
20배 비싼 가격에 울며 구매도

사재기-가수요에 악순환
대체품 없는 MCU 부르는 게 값
대기업 직접 거래 가능하지만
中企는 대리점 구매밖에 못해

[단독] 中 판매상 '반도체 사재기'…中企만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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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서울 구로구의 한 반도체 전문 유통회사에는 중국 판매상들의 구매 요구가 빗발친다. "가격을 후하게 쳐줄 테니 반도체 재고가 있으면 팔라"는 이메일은 일주일에 300통이 넘게 들어온다. 지난해까지 이메일을 통한 문의는 일주일에 많아야 100통 정도였다. 해당 유통회사 직원은 "중국 중간상들이 반도체를 왕창 사재기한 후 물량부족이 극심할 때 오픈마켓 등에 되파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 중소기업이 정가의 20배가 넘는 가격에 구매하는 것도 봤다"면서 "생산 제품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반도체를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시작된 반도체 품귀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품귀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다. ‘바잉 파워(구매 우위)’가 약한 중소기업에는 고통을 넘어 악몽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 마련도 못 하고 있다.


8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중국의 중간 유통·판매상들의 ‘사재기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나스닥 상장 반도체 생산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철도 제어 장치용 반도체 가격 상승 폭이 특히 컸다. 또 다른 반도체 유통 대리점 관계자는 "원래 개당 6달러였던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가격이 최근 120달러로 20배가량 올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돼 왔고, 시장에 공급조차 안 됐다가 6개월 전부터는 물량이 넉넉하게 풀렸다가 갑자기 전량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반도체 대리점에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겁을 먹은 중소기업들이 물량 확보 기회가 생기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사들이면서 가수요가 붙어버린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간상 사재기에 중기…반도체 구하기 전쟁

중국 유통·판매상들의 사재기 수법은 ‘재고 가로채기’다. 국내 유통업체나 대리점에 이메일을 돌리는 것도 물량만 확보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물량은 ‘사재기-가수요’의 악순환으로 더욱 부족해지고, 가격은 오를 대로 올라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반도체 생산업체와 직접 거래가 가능해 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구매 수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대리점을 통해 구매할 수밖에 없어 반도체 사재기에 특히 취약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반도체 유통구조는 생산업체가 유통회사인 반도체 대리점에 판매하면 이를 다시 중소기업들이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유통구조는 사재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유통구조 사재기에 취약…부품값도 덤터기

경기도 용인시의 반도체 모니터링 장비업체 A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회사들은 반도체 생산업체에 직접 연락해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이 몇백 개 단위 소량으로 구매하는 중소기업은 대리점이 아니면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특히 대체품을 찾을 수 없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게 관련 기업들의 얘기다. MCU는 정보기술(IT)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차량용 반도체에 주로 쓰인다.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빗나간 수요 예측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진 후 MCU는 중국 중간상들의 먹잇감이 됐다.


규모가 큰 기업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국내 최대 농기계 생산업체인 대동은 MCU 품귀 현상 와중에서도 매달 생산계획의 70%가 넘는 MCU를 구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업체와 장기 계약을 하고, 재고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어서 그나마 형편이 낫다"고 했다.


[단독] 中 판매상 '반도체 사재기'…中企만 신음 자료사진


반도체 부족은 부품값 폭리로도 이어진다. 수도권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B사는 일본 회사로부터 들여오던 제어장치 부품을 중국업체를 통해 사면서 평상시 구매가격의 두 배가 넘는 값을 지불했다. 이 부품에는 MCU가 포함돼 있는데 일본에 해당 부품이 없어 중국업체에 견적을 넣었더니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B사 사장은 "현재 15~20% 늘어난 생산비용에도 장비 출하를 안 하면 고객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우리 같은 대기업 2차 협력사는 부품값이 인상돼도 반영이 쉽지 않아 손실을 몽땅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동구매·국내 생산역량 확충 등 필요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국내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상반기 내에 ‘차량용 반도체 국가 기술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관련 부품사, 대리점들이 지속되는 공급난으로 인해 가능한 재고를 수요 대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 중인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반도체 공급난에 취약한 영세 자동차 부품기업에 소재·부품·장비 수급대응지원센터 연계 등을 통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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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표성 있는 협회·단체나 기관의 공동구매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 중간상의 사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활용한 기업 공동구매로 시장에서 반도체 구매파워를 높이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는 중요한 전략 물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 역량이 있는 기업에 기술과 자금지원을 해 국내 생산역량을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독] 中 판매상 '반도체 사재기'…中企만 신음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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