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시스템·조종사 공중전 기술 주목
우크라 "러 전투기 97대 격추"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러시아 공군이 압도적인 전력 우세에도 불구하고 침공 한달 동안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는 우크라이나 방공시스템을 뚫지 못한 상황에서 전투기 조종사의 공중전 기술에서도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시작된 지 한달째를 맞아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군을 격파하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공군은 우크라이나보다 10배 이상 많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 공군은 하루에 200회가량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반면 우크라이나 전투기의 출격 횟수는 5~10회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러시아 전투기 97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주장한 수치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러시아 공군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효과적인 방공시스템'을 꼽았다. 우크라이나의 지대공 미사일이 러시아의 전투기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우리의 영공으로 날아드는 적은 우리 방공시스템으로 (제 발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진행 중인 양국 전투기의 '공중전'에도 주목했다. 양국 전투기들은 상대방을 감지하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한다. 상대방도 미사일을 발사하기 때문에 회피 기동으로 이를 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투기 조종사 안드리는 NYT에 "공중전에서 이기려면 기술밖에 쓸 것이 없다"며 "내 기술이 러시아 조종사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구(舊)소련이 1980년대에 개발한 수호이-27(Su-27)기를 사용하는 이 조종사는 러시아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상대방을 격추했다.
반면 러시아 공군은 수호이-34(Su-34)기나 수호이-35(Su-35)기 등 신형 전투기가 주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장비 부족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공군은 55대가량의 전투기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격추당하거나 기계적 고장 등을 이유로 비행 가능한 전투기 수는 계속 줄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 국가에 반복적으로 공군 장비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자국 공군이 사용하던 미그-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