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은 상반기 기준 15개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하반기 새롭게 4개 업체가 추가로 유니콘 반열에 올라 올 2월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은 총 18개(상장으로 1개 업체가 제외됨)로 늘어났다. 이러한 성장세에도 글로벌 순위는 지난해와 변동 없이 여전히 10위권 안팎에 머물러 있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489개 유니콘을 기록한 미국이 부동의 1위를 지켰고, 중국·인도·영국·독일이 뒤를 이었다. 11개사로 집계된 한국은 이스라엘·프랑스·캐나다·브라질·싱가포르에 이어 11위에 올랐다. 순위는 상위권으로 분류되지만 보유 기업 수는 현저히 적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여전히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의사결정 보장을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도 경영권을 위협받거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아마 차기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다양한 K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중요한 대목이지만 스타트업 스스로 기술과 사업화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점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단기간에 역동적인 국내 유니콘 탄생이 증가한 것은 반겨야 할 일이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으로 본 한국 유니콘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단정 지어 유감이다. "한국의 유니콘 중 글로벌 마켓을 지향하는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될까? e커머스나 순수 국내 마켓을 지향하는 한정적인 유니콘만 눈에 보인다." 솔직한 지적이다.
더불어 유니콘의 꿈을 향해 스케일업하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엑시콘으로 비상하기 전 한순간에 ‘유니콥스(Unicorpse·죽은 유니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옐로모바일이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규모를 좇으며 기업의 몸집을 키웠지만 무리한 투자로 수십 건의 소송에 휘말렸고, 경영실적은 뒷받침되지 않은 반면 경영진의 도덕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엑시트와 멀어지게 된 것이다. 사업적으로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기보다, 추가 투자 유치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만 집중한 것이 유니콥스로 전락하게 된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이 데스벨리를 헤쳐 유니콘 대열에 오른다고 해도 꽃길만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엑시트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특히, 계약직이나 협력업체를 울리는 갑질, 노동착취 등 대기업의 폐해를 답습한다면, 이는 기업 이미지 악화와 소비자 이탈로 이어져 언제든지 기업가치가 깎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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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스타트업의 핵심은 지속가능한 혁신이다. 이는 비즈니스 자체에도 해당되지만, 기업 문화 역시 꾸준히 혁신해야 함을 의미하지 않을까. 성공에 다다른 자만심으로 고객에 대한 초심을 잊거나 구성원들과의 팀워크 문화를 깨트리거나 도덕성을 잃는다면 더 이상의 성장은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니콘의 이름에 도취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혁신으로 더 많은 가치사슬을 창출하는 차세대 유니콘들이 더욱 많이 탄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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