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로 공급난 심화
공장 멈추고 생산량 줄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완성차업체가 부품을 제때 수급하지 못해 생산라인을 멈추거나 일부 부품을 빼고 신차를 판매하는 일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불거졌던 2020년 초부터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품 공급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수급 차질로 국내 일부 공장의 생산일정을 조정했다. 와이어링 하니스란 배선뭉치와 제어장치를 연결한 부품으로 차량 내 전장품을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고 전기신호를 각 전자제어 모듈에 전달해준다. 사람으로 치면 혈관이나 신경망에 비유된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중국 공장에서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부품수급이 안 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공장에서 만드는 팰리세이드와 포터·투싼, 제네시스 GV60·GV70·GV80 등의 생산량을 조정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020년 2월에도 이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전체 공장가동을 멈춘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공장 내 확진자 1, 2명만으로 전체를 셧다운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준이 강력하다"며 "코로나19 초기 문제를 겪으며 동남아 일부로 물량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아직은 중국 물량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다 완성차업체 도요타는 올해 2·4분기 생산량을 최대 20%가량 줄이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부품수급이 원활치 않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공급업체가 받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당장 다음 달 20% 정도를 줄이고 5월 10%, 6월 5%가량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미국 포드는 신차를 출고하면서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품을 빼기로 했다. 우선 구매자에게 신차를 넘긴 후 다시 부품을 수급하는 대로 딜러를 통해 무상 수리해줄 방침이다.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일부 차종에 대해 취하고 있는 조치다. 기아가 이달부터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이른바 마이너스옵션 차량을 살 때 출고기간을 몇 달 앞당겨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뜨는 뉴스
폭스바겐이나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BMW 등 유럽권에 공장이 많은 완성차 메이커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부품을 제때 수급받지 못해 공장을 멈추거나 생산계획을 전면 조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건비가 싼 동유럽권에서 다수 부품을 공급받아 최종 완성차를 조립하고 판매해 왔는데, 그간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받던 와이어링하니스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원료 등이 끊겼기 때문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