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우린 항상 논의하고 있어요. 교환 메커니즘이 좀 더 저렴해지고 더 친환경적으로 변한다면 암호화폐를 좀 더 받아들일 거에요."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의 다라 코스로사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일 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함께 그가 언급한 조건은 바로 비트코인의 환경 문제였어요.
이 문제는 이미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적해 화제가 됐는데요. 비트코인 채굴이 화석연료 사용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전기차 결제 수단 중 하나였던 비트코인을 수단에서 제외했죠. 그리고 두달 뒤 머스크 CEO는 "비트코인의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50% 이상이 되고 계속 높아지는 추세가 확인된다면 비트코인 결제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아직 재개하진 않았지만요.
우버, 테슬라 사례에서 보면 결국 비트코인의 환경적 요소가 지급 수단으로서의 매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MS)나 스타벅스 등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들은 무엇을 문제 삼고 있는 걸까요?
비트코인 채굴 무엇이 문제?
비트코인은 채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비트코인 그 자체로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거나 하질 않아요. 대신 비트코인 채굴 원리가 블록체인에 새로운 블록을 추가할 때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작업증명(PoW) 방식인데, 이 방식을 이용한 채굴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이 엄청나게 큽니다. 특히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고성능 컴퓨터를 대규모로 설치해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이를 가동해 대량으로 비트코인을 채굴을 하려다보니 전력 소비량이 순식간에 늘어났어요.
그 규모는 한 국가가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을 뛰어 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따르면 연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 소비량 추정치는 140테라와트시(TWh)를 넘어섭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네덜란드, 필리핀,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뛰어넘는 수준이죠.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전력 소비량은 2017년 초 6.6TWh, 2020년 10월까지만 해도 67TWh에 불과했으나 이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라 급증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 전력의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에서 왔다는 점인데요. 한때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끌어올 수 있는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몰리기도 했어요. 특히 중국에서 석탄 기반의 전력은 주로 겨울철에 생산돼 채굴에 활용됐죠. 이렇듯 비트코인이 환경 문제로 불거지자 지난해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을 제한했고 채굴자들은 미국 등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미국 뉴욕과 텍사스 등에 이들이 몰려들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 업계는 채굴에 소비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도 시도하고 있지만 전 세계 에너지 생산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재생에너지를 끌어가면 그만큼 가정이나 기업에 공급되는 재생에너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업체들 개선 노력중…규제 당국도 나선 상태
이러한 지적이 계속되면서 암호화폐 업계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최대 경쟁자인 이더리움은 기존에 전력을 대규모로 사용하게 되는 채굴 방식인 PoW를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바꿔 전력 소비량을 99.95% 줄인다고 지난해 발표했어요. 이 외에도 채굴장비를 전력소모가 다소 적은 것으로 교체한다거나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등 암호화폐 업계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계는 비트코인의 환경 문제를 탐탁찮게 보고 있습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대형 비트코인 채굴업체 6곳에 전력 소비 등의 세부정보를 요구했는데요. 워런 의원은 "비트코인 채굴과 관련된 막대한 전력 소비량과 탄소 배출은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무너트릴 수 있다"면서 "의회와 연방 규제 기관이 나서서 암호화폐가 경제와 환경에 미치는 위험성을 해결해야할 때"라고 강조했어요.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죠.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유럽도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스웨덴이 재생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식의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해야한다고 의견을 낸 이후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스웨덴 금융감독청에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으로 자리를 옮긴 에릭 테딘 ESMA 부청장은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력 소비가 큰 PoW 방식을 PoS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규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암호화폐의 환경 문제와 관련해 각 업체에 환경 관련 사항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암호화폐 시장이 갈수록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가 차츰 해결되고 앱 속 결제수단에 들어올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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