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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루이틀 일 아니죠" '편파 판정' 논란에 혐중 정서…중국동포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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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침탈, 편파 판정 등 中 올림픽서 논란 잇따라
들끓는 반중 감정…"중국인 보이기만 해 봐" 혐오 목소리도
중국 동포 모인 서울 대림동 상권도 '한숨' 짙어져
전문가 "한국계 중국인도 국내선 소수자"
"인종차별, 어떤 경우라도 용납해선 안 돼"

[르포] "하루이틀 일 아니죠" '편파 판정' 논란에 혐중 정서…중국동포 '한숨' 9일 이른 아침 서울 대림중앙시장 인근 상가 모습.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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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2022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문화침탈, 편파 판정 등 각종 의혹에 시달리면서 국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개 들기 시작한 '반중 정서'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중 갈등의 여파는 양국 시민들 사이의 감정 충돌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 중국 동포 등에게도 혐오의 불똥이 튈 수 있다. 9일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중국 동포들은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욕먹는 것 하루 이틀 일 아냐" 지속되는 편견…체념한 대림동 상인들


대림동 차이나타운은 대림역 12번 출구 바깥에서부터 대림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상권이다. '서울 속의 작은 중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곳으로, 오래전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으로 알려져 왔다.


손님이 드문 이른 오전임에도, 상가와 중앙 시장 등은 장사 준비로 분주했다. 물자를 실은 트럭이 좁은 골목길을 오고 가는가 하면, 문을 연 음식점에선 중국어로 된 이국적인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상인들은 중국동포들이 느끼는 혐오의 시선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대림중앙시장에서 식료품점을 하고 있다는 50대 박모씨는 "연변 출신 사람들이 욕먹는 게 하루 이틀 일인가. 이제는 새롭지도 않다"라며 "장사 방해하는 것만 아니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동계 올림픽 논란으로 인해 국내에서 반중 감정이 격화된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라면서도 "우리가 이상한 일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정직하게 일을 하는데도 못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토로했다.


[르포] "하루이틀 일 아니죠" '편파 판정' 논란에 혐중 정서…중국동포 '한숨' 장사 준비 중인 대림동 상가의 한산한 모습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또 다른 대림동 거주자 B씨는 "예전부터 이곳 사람들에 대한 편견 섞인 시선이 많았는데, 요즘 코로나부터 해서 뒤숭숭한 일이 많아 더 악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라면서도 "중국 일로 우리까지 욕먹었던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이제는 그냥 모든 게 무덤덤해진다"라고 체념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올림픽 개회식 당시 불거진 '문화침탈' 논쟁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다. B씨는 "연변 사람들도 명절에 저고리(한복)를 많이 갖춰 입는다"라며 "한복은 한국 거지만, 중국에 사는 조선족 전통복도 저고리뿐인데 그럼 뭘 입고 나오겠나. 왜 한국 사람들이 그런 데서 화를 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중국인들 내 눈에 걸리지 마" 들끓는 반중 감정


올림픽 논란은 지난 4일 개회식 당시부터 격화됐다. 당시 개회식에서는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출신 대표들이 거대한 오성홍기를 함께 들고 전달하는 행사가 진행됐는데, 이때 한 여성이 하얀 저고리, 분홍 치마 등 한복을 입고 나와 문제가 됐다.


지난 7일에는 편파 판정 논란이 터졌다. 이날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부 경기에서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인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가 잇따라 반칙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기 때문이다.


[르포] "하루이틀 일 아니죠" '편파 판정' 논란에 혐중 정서…중국동포 '한숨'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지난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추월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반중 감정이 들끓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국내에 미국의 방공 시스템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후 중국이 한한령(한류 금지령) 등 보복 조처를 하자 한·중 감정이 악화한 바 있다. 또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첫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에도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비판 글이 다수 올라왔다.


문제는 반중 감정이 중국 동포나,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향한 혐오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는 데 있다.


8일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서울 구로구에서 중국 쇼트트랙 금메달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건 중국 상인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 상인들 간 패싸움이 벌어졌다'는 루머가 퍼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르포] "하루이틀 일 아니죠" '편파 판정' 논란에 혐중 정서…중국동포 '한숨' 페이스북의 한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은 알아서 자퇴하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런가 하면 국내 한 대학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혹시 중국인 유학생이 있으면 알아서 자퇴해 달라"는 내용의 문장을 중국어로 번역한 글이 올라와 물의를 빚었다. 이를 두고 일부 학생들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유학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라며 자제를 촉구했으나, 일각에서는 "내 눈앞에 중국인 보이면 바로 주먹 나간다"라며 폭력 사태를 옹호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 또한 명백한 소수자이며, 이들에 대한 혐오 또한 인종차별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조선족, 중국 동포, 한국계 중국인 등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은 모두 소수자 그룹에 속한다"라며 "반중 감정이 이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면 당연히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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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떤 경우라도 특정 인종, 민족 등을 향한 인종차별은 있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 시민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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