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혁 로이어드 대표, "디지털화로 법률시장 특수성 보완"
판결문 분석해 형량 예측부터 유사 판례까지 도출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로펌 사무실에서 한 변호사가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상담료를 두 배로 불렀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러자 동료 변호사가 "그렇게도 눈썰미가 없냐"고 핀잔을 줬다. 막 상담을 마치고 나간 여성이 든 명품가방을 뒤늦게 알아보고서 그들이 주고 받은 대화다.
법률서비스 시장은 비(非)정찰제다. 비용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기준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여전한 국내 법률시장의 현실이다.
형량 예측은 물론 내가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 비용 등을 편리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형량 예측 서비스와 변호사들의 업무거래 플랫폼 ‘복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이어드(LAWIRED)’.
로이어드는 지난해 9월 출시한 동명의 서비스 ‘로이어드’를 통해 형량을 예측해준다. 각 범죄별 1만건 이상의 판결문을 분석하고, 유사판례를 찾아내 예상되는 양형(量刑), 1심 판결예상 소요시간, 최고 유사판결, 최고 처벌 판결 등의 정보까지 제공한다. 단순히 전체 사건의 평균 형량을 계산해주는 방식이 아니다.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이용자의 개별 상황에 맞는 유사판례를 찾아낸다.
현재 사건 분석결과는 무료로 제공한다. 유사판례 4건을 열람할 경우 건당 5000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관할법원과 사건번호, 판결문 등은 열람할 수 있지만 실명과 주소 등 개인정보는 표기되지 않는다.
지금은 음주운전과 강제추행 등 두 가지 범죄 서비스만 가능하다. 2월부터는 사기죄, 3월에는 마약범죄 서비스를 추가한다. 서비스 분야가 늘어가면 감(感)이나 전관(前官)에 의존하던 법률시장의 고질병도 근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수혁 로이어드 대표는 "국내 법률시장은 법률서비스 비용에 대한 근거와 기준이 없다"면서 "로이어드 서비스는 디지털 법률서비스라고 할 수 있고, 디지털 기술로 개선된 법률서비스로 업계의 특수성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대리 플랫폼에서는 ‘재판 대리출석’의 경우 건당 10만원이 표준가격으로 자리잡았다. 변호사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지방법원의 ‘1분 재판’ 참석과 법적절차를 해당 지방 변호사에게 의뢰하고 지불하는 비용이다.
이달 현재 복대리 플랫폼에는 2000여명의 변호사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간 4억~5억원 정도 거래가 이뤄졌다.
손 대표는 "민사소송의 경우 70~80% 정도는 변호사 없이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처리한다"면서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인 법률서비스 가격이 적정한 선으로 낮아지면 이런 수요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서 법률시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서비스 가격뿐 아니라 양형의 격차도 줄이겠다는 것이 손 대표의 의지다. 그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동일 범죄의 경우에도 1~5년이라는 엄청난 격차가 나타난다"면서 "AI는 반복적 데이터 학습으로 이런 격차를 줄일 수 있고, 판사도 로이어드를 참고한다면 판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로이어드가 형량 예측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음주운전과 사기죄 두 범죄만으로 진행되는 재판이 연간 50만건에 달한다. 로이어드의 목표는 이 재판의 70%를 데이터화 해서 법률시장의 네이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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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테슬라도 AI 기술 기업이다. 로이어드도 AI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면서 "사람들이 궁금한 게 생기면 네이버에 검색해보는 것처럼 법률적인 부분에서 궁금한 게 생기면 로이어드에서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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