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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패자들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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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패자들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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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인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 시절 놀이를 소재로 한 단순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내용의 드라마가 크게 공감을 얻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단순한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처절한 현실 세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인생 역전을 꿈꾸며 서로 피할 수 없는 혈투를 벌이고 이들과 대비되게 이 게임을 주관한 극부유층은 여유롭게 술을 마시고 게임을 그저 관전하며 패자들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다. 살기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든 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드라마 속 패자들의 간절한 몸부림을 보면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그 패자들에게 투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그들처럼 우리나라 현실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자가 많이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실패로 빚에 허덕이고 기본적인 삶의 의욕조차 상실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올해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회원국 37개국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통계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난은 국가도 구제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국민에게 국가의 무관심은 그 자체로 직무 유기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민권익위의 조세 분야 옴부즈만 역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민권익위는 옴부즈만 기관으로서 행정기관 등의 위법·부당한 처분 등을 권고를 통해 구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세 분야에 대한 옴부즈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데, 지난 3년간 조세 분야 고충 민원 762건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약 1077억원 상당의 잘못 부과되거나 강제 징수 절차상 흠이 있는 부과·징수 처분을 바로잡아 세금을 감액하거나 납부 의무를 소멸시켰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장기간 실익 없는 압류로 경제적 활동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체납 세액의 납부 의무를 소멸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재기를 돕도록 한 것이다. 특히 2019년 12월 기획조사를 실시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세청에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한 체납처분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그 결과 법 개정까지 이르게 됐는데 그 주요 내용은 과세 관청이 일정 기간 내에 압류 재산을 매각하고 경제적 가치가 없는 재산은 압류를 해제하도록 해 체납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한 것이다.


체납자는 신용 하락, 출국 규제, 관허 사업 제한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물론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려는 자에게는 적극적으로 신속한 재산 추적을 통한 세금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익 없는 재산의 압류를 볼모 삼아 장기간 체납자로 살게 하는 것은 그 개인이나 국가 모두 손해가 되는 악순환을 발생시킨다. 왜냐하면 개인은 경제 활동의 기회가 박탈돼 재기의 발판조차 디딜 수 없고 국가도 이들이 경제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가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과 국가 모두 이익이 되는 상생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코로나19로 국민의 삶이 힘든 지금 영세 자영업자 등 체납자들의 실패를 방치하기보다는 기회를 줘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의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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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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