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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모든 게 멈췄다" KT 먹통사태에 피해 속출…섣부른 디도스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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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모든 게 멈췄다" KT 먹통사태에 피해 속출…섣부른 디도스 언급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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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차민영 기자, 구은모 기자] "하필 점심시간 직전, 가장 바쁜 시간에 이 난리가 났다. 배달 애플리케이션도 안되고 카드 결제도 안되고 어쩌라는 건지 안내조차 없었다." "줌 강의를 듣던 와중 교수님과 동기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전화 통화까지 불통인 건 정말 충격적이다."


25일 오전 11시20분께부터 KT의 전국 유무선 인터넷망이 마비되며 각지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KT는 섣부르게 먹통 사태의 원인을 ‘대규모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했다가 불과 2시간여만에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정정했다. 서비스 장애는 약 30~40분이 지난 정오께 부터 복구됐으나 이후에도 불안정한 모습은 여전하다.


◆"결제 안돼, 증권거래시스템도 중단" 곳곳서 피해 속출

전국의 KT 가입자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업무용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기업과 학교에서 마비 사태가 잇따른 것은 물론, 점심시간을 앞두고 KT망을 사용하는 식당 등 상점에서 결제시스템, QR인증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모습도 다수 확인됐다.


당산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가장 주문이 몰리고 바쁜 시간에 먹통이 됐다"며 "뭐가 문제인지, 언제 복구되는지 안내 하나 없어서 더 답답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평소보다 점심시간대 주문 수가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며 "카드 결제가 안되니 계좌이체, 현금으로 겨우 겨우 받았다"고 덧붙였다.


식당 출입 시 거쳐야 하는 QR 인증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길가에서 줄이 늘어서는 등 혼선도 확인됐다. 수기 출입명부를 준비해놓지 않은 일부 식당의 경우 부랴부랴 연락처 등을 작성할 명부를 내놓기도 했다. 출입 등록을 위한 통화마저 원활하지 않았다. 성신여대 인근에 거주하는 KT 무선가입자 정모씨는 "수차례 통화 발신을 시도했으나 ‘서비스 가능 지역이 아닙니다’라는 안내만 떴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일찌감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일선 병·의원과 약국에서도 진료와 수납 관련 시스템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쇼핑몰을 운영 중인 배 모씨는 "가장 안정적이고 패키지로 사용하기 제일 저렴하단 이유로 KT를 택했는데 당혹스럽다"며 "인터넷 기반의 사업체인데 인터넷이 안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언급했다.


인터넷 상에는 KT 먹통사태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특히 초 단위, 분 단위 거래가 중요한 주식 거래자들은 "강제 휴일이 됐다", "작전하기 좋은 타임", "방금 팔아야 하는데 못팔았다"며 혼란스러움을 토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애플리케이션에 "KT 인터넷 접속 장애로 KT 통신사를 이용하시는 고객 접속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번 먹통 사태는 우리 사회의 인터넷 의존이 얼마나 큰지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다수 이뤄진 만큼 더욱 파장이 컸다. 한 대학생은 인터넷에 "줌 수업 중이었는데 교수님과 동기들이 동시에 사라졌다"며 "모두 KT 가입자"라고 글을 올렸다.


◆"디도스 라더니" 섣부른 초기 대응도 도마 올라…인재 가능성

사태 직후 '디도스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던 KT의 섣부른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불필요한 혼선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디도스 대응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로서 체면도 구겼다는 지적이다.


KT는 이날 유무선 인터넷 망 마비의 원인을 당초 ‘대규모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2시간여만인 오후 2시30분경 공식 입장을 통해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정정했다.


라우팅은 네트워크 내에서 통신 데이터를 전송할 경우 최적의 경로를 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사들은 이를 통해 대규모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인터넷망이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한다. 아직 KT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위로 라우팅 오류가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KT가 초기 디도스로 추정한 이유를 ‘트래픽 과부하 발생’이라고 언급한 만큼, 라우팅 관련 설정치가 잘못 지정돼 트래픽이 특정 네트워크로 쏠렸을 수 있다는 추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라우팅 설정치가 잘못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디도스 공격과 비슷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라우팅 작업은 매뉴얼에 따라 사전 설정된 값을 기초로 자동화된 설비가 맡는다. 이번 사고가 설비 차원의 오류인지, 관리자의 설정 실수인지, 기기 교체나 점검 작업 도중 일어난 것인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고가 예방 가능한 '인재'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T의 제2노조인 KT 새노조는 이날 ‘KT 전국인터넷 마비 사태, 경영진이 책임져야할 심각한 사안’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라우팅 오류이면 휴먼에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의견"이라며 "100년 통신기업에서 휴먼에러로 전국 인터넷 통신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게 지금의 KT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KT 새노조는 "국가기간통신을 담당하는 국민기업의 노동자로서 우리는 깊은 자괴감을 느끼며 이에 대한 명명백백한 원인과 경영 구조 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56분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에게 이용자 피해현황을 조사하도록 했고, 사고 원인 조사 후 재발방지 대책 등 후속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아현지사 화재 이후 3년만의 먹통 사태, 보상 기준 어떻게 되나

KT는 2018년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이후 3년 만에 다시 대규모 네트워크 먹통 사태를 겪게 됐다. 당시에는 피해지역이 제한적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전국에 걸쳐 장애가 발생한 만큼 피해규모와 그에 따른 보상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받은 피해를 명확히 입증해 내는 것이 쉽지 않아 실제 손해를 배상받기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의 이용약관에 따르면 회사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의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약 1시간 25분 만에 마무리됐다. 자영업자 등이 인터넷이 되지 않아 피해를 입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KT는 5G 이동통신 고객이 책임 없는 사유로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을 경우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8배에 상당한 금액을 기준으로 이용고객의 청구에 의해 협의해 손해배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은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청구금액의 6배에 상당한 금액을 기준으로 배상한다.


IPTV는 3시간 이상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월 누적 장애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할 경우 해당 월에 적용받은 요금의 일 평균액을 24로 나눈 시간당 평균액에 이용하지 못한 시간 수를 곱해 산출한 금액의 3배를 이용자와 협의한 뒤 배상한다. 다만 그 손해가 전시·사변·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이나 이용고객의 고의,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하지 않는다.


◆체면 구긴 KT…구현모 'AI시대' 선언 직후 망 마비

특히 KT의 유무선 인터넷 망이 마비된 이날 오전은 공교롭게도 구현모 대표가 KT의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을 소개하며 ‘모두의 일상이 되는 AI’를 선언한 직후였다.


KT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능동복합기술을 적용한 AI컨택센터(AICC) 서비스 확대 계획을 소개했다. 구 대표는 간담회 초반부에 영상으로 등장해 "‘AI 능동복합대화’ 기술을 바탕으로 선보인 AI 고객센터, AI 통화비서 등 AICC 서비스가 AI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24시간 365일 AI가 응답하는 일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KT는 통신과 플랫폼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고, 많은 투자를 통해 AI 기술 역량을 굳건히 다져왔다"며 KT가 통신, 플랫폼 인프라 역량을 기반으로 국내 대표 AI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간담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KT의 유무선 인터넷 망이 전국적으로 장애를 빚으며 KT로선 체면을 구기게 됐다는 평가다. AI 대표 기업,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라는 선언 이전에 KT가 자부해온 통신망 운영과 유지보수 기본이 흔들렸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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