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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장동 국정감사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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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장동 국정감사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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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1일 대법원을 시작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해마다 법원·검찰에는 국민적 관심을 끄는 수사나 재판이 있었기 때문에 법사위 국감은 늘 다른 상임위원회 국감보다 주목받곤 했다.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여야의 1위 대선 후보가 연루된 의혹들에 대해 각각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이제 막 수사를 시작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은 공수처가 검찰에 고소된 사건까지 이첩받아 한창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오는 12일 출범 이후 첫 국감을 받게 된다.


1일 열린 대법원 국감에는 특히 관심이 쏠렸다. 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로 부각된 '대장동' 의혹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친분이 있는 여러 법조인들이 등장하는데, 대표적 인물이 바로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주도했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임 직후부터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자문료와 월급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난 그가 이 지사의 상고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고 무죄 판결이 내려진 지난해 6, 7월 자신의 집무실에서 김씨를 따로 만난 사실이 국감 직전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돼 의혹이 증폭된 만큼, 여야 위원을 막론하고 권 전 대법관의 수상한 행태에 대해 집중포화를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막상 1일 진행된 국감은 기대 이하였다.


국민의 대표자라는 국회의원의 사명이나 국감의 의미·기능을 망각한 듯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여당 의원들도 문제였지만, 공격에 나선 야당 의원들의 칼날도 날카롭지 못했다.


국회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피감기관은 물론 다른 국가기관 등에 다양한 자료 요청을 할 수 있고, 소속 정당을 통해 여러 제보도 수집되는 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번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팩트 내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피감기관이나 상대 정당을 압박하고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된 사건인 만큼 현실적으로 새로운 팩트나 증거 제시가 어렵다면, 최소한 자신에게 주어진 질의 시간에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대신 물어봐주고, 피감기관으로부터 하나라도 의미있는 대답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1일 대법원 국감에서는 질의를 통해 새로운 팩트를 제시하거나 날카로운 질의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는 모습보다는 감정을 앞세워 호통을 치거나, 여야 의원들이 각각 상대방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의혹의 사실관계를 나열하는데 소중한 질의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이 반복돼 안타까웠다.


김상환 법원행정처 차장(대법관)이 법원조직법상 심판의 합의 과정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이 지사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의 합의 내용이나 재판연구관들의 검토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야당 의원들이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며 같은 답변을 반복하게 만드는 모습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당 의원들이 '대장동' 의혹에 대한 맞불 작전 카드로 들고 나온 '판사 사찰' 카드도 실망스러웠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 초반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가 됐던 '판사 사찰' 문제를 들고 나와 김 처장에게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김 처장은 전체 법관을 대표해서 입장을 밝힐 수는 없고, 개인의 의견이라는 것을 전제로 "법관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위한 정보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검찰에서 작성된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에 '판사 사찰 문건'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물론 해당 문건이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판부 검사들이 주요 사건 재판부의 성향이나 과거 판결 이력 등을 참고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정말 말 그대로 검찰이 판사들을 불법 사찰한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다만, 해당 문건에 담긴 내용들이 정말 판사들에 대한 사찰을 통해 수집된 정보라면 벌써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검사나 책임자인 윤 전 총장은 불법 사찰과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며 첫 번째 사유로 꼽았던 '판사 사찰'이 명확했다면, 징계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두 번이나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판사 사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 재판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경질됐다.


그런데 1일 대법원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이 또다시 '판사 사찰' 문제를 들고 나와 당시 문건에 담겼던 내용들을 일일이 나열해가며 김 처장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모습은 '대장동' 의혹 이슈에 집중되는 야당의 공격을 피해가기 위한 방어책으로 보일 뿐이었다. '판사 사찰' 의혹은 전국법관대표회의조차 논의 끝에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던 이슈다.


정의 실현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법원, 그 중에서도 사법부의 최고 상급기관인 대법원에 소속됐던 권 전 대법관이 자신이 무죄 판결한 이 지사가 특혜를 줬다고 의심받는 화천대유에서 퇴임 직후부터 거액의 자문료와 월급을 받았다. 그리고 화천대유의 대주주는 권 전 대법관과 판결 선고를 전후해 수차례 만남을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더 의아한 건 권 전 대법관이 불과 몇년 전 유사한 사안에서 완전히 다른 판단(TV토론 과정에서의 허위 발언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었다는 점이다.


정말 아니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 야당의 주장처럼 이 지사의 무죄 판결을 주도한 권 전 대법관이 그 대가로 퇴임 후 화천대유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것이라면, 그리고 화천대유는 이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각종 특혜를 입어 개발사업자로 선정돼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라면 이는 사법부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다.


아무리 '대장동' 의혹에 여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 지사가 연루돼 있다고 해도, 여당 소속이기에 앞서 국민이 대표로 뽑아준 국회의원이라면 국민 모두가 궁금해하는 이번 의혹의 실체 규명을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질의 기회를 이런 식으로 허비해버리며 포커스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에 급급해하는 건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든다.


한술 더 떠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이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 '사법의 정치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간 정치 공방이 벌어지는 TV 토론에서는 상대 후보의 공격적인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허위 발언이 나오더라도 그냥 정치적 영역에 둬야지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으면 '정치의 사법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허위 답변 문제를 검찰이 기소하고 재판까지 끌고 간 것 자체가 문제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TV 토론 과정에서 나온 허위사실공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법을 개정해 처벌 규정을 없애야 할 일이지, 버젓이 실정법상 처벌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는 사안을 기소하고 재판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나아가 박 의원은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이 최근 논란이 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판결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지 이를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적절한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오자 너도나도 앞다퉈 사법부와 해당 재판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던 여당 측에서 할 지적은 아니다. 대법원에서 이미 수년 전 유죄 확정판결이 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대대적인 합동감찰을 벌인 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다.


우리 편에 유리한 판결은 건들면 '사법의 정치화'고 우리 편에 불리한 판결은 맘껏 비판해도 된다는 말인가?


그나마 '대장동' 의혹과 관련 "어떻게 국민들이 법원을 신뢰하겠는가?"라고 김 처장을 질책하며 대법관이 퇴직 후 취급할 수 있는 업무를 제한하는 방안 마련과 법관윤리심사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여당 의원은 소병철 의원이었다.


우려되는 건 남아있는 검찰, 법무부, 공수처 등 국감에서도 똑같은 모습이 재연될 것 같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관련 증인들을 출석시켜 국민적 의문을 풀어줘야 할 국감에 단 한 명의 증인도 세우지 못하는 것에도 여야 모두 책임이 크다.


아마도 법무부, 검찰, 공수처 국감에서는 여당 의원들은 '고발 사주' 의혹, 야당 의원들은 '제보 사주' 의혹의 사실관계를 나열하는데 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한 질의가 아니라, 질의 형식을 빌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만 늘어놓는 질의응답이 다음 국감에선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차피 '답변드릴 수 없다'는 대답이 나올 게 뻔한 질문을 반복하면서 국감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상대 정당에 불리한 이슈를 각인시키는 데만 혈안이 되는 모습도 사라져야 한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한지 수개월 만에 열린 '5공비리 청문회'에서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하던 전 전 대통령에게 명패를 집어던지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지켜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며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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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을 감동시킬 '국감 스타'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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