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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종전선언 대선 판을 겨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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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종전선언 대선 판을 겨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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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정치평론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정국에 어쩌면 판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돌발변수’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여야 간에 불을 뿜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도, 대장동 얘기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막바지에 다시 ‘종전선언’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지나가는 바람일 수도 또는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기상도를 보면 점점 태풍 급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한 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북한 외무성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7시간 만에 나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화답은 전혀 달랐다.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며 종전선언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시시비비] 종전선언 대선 판을 겨냥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튿날 김 부부장은 한발 더 나갔다. 김 부부장은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종전선언의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를 거론하더니 급기야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갑자기 돌변한 북한의 입장도 이채롭지만 남북 정상회담까지 언급한 것은 작심한 그 무엇이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에 청와대도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갑자기 뭔가 일이 성사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 여야가 총력을 쏟고 있는 대선정국이다. 만약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또는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중이 공동으로 종전선언을 한다면 그 정치적 효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일각에서는 ‘선언 수준의 쇼’에 불과할 것이라고 폄하하겠지만 그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아마 대선정국을 통째로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뉴스의 1면을 장식하는 ‘세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체제의 마지막 철조망을 걷어내는 ‘피날레’로 상징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마중물이다. 남북 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는 것은 한반도 미래비전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설사 그 길이 멀다고 하더라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벌써 승용차를 몰고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는 꿈까지 막을 순 없을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겐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설 것이다. 단순한 ‘선언’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이념보다 실용에 강한 ‘MZ세대’가 대선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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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 초 혼신의 힘을 쏟았다가 좌절된 대북정책이 비로소 막판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이는 그대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로 연결될 것이며, 동시에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할 것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높다. 반대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찬성도, 반대도 하기 어려울 만큼의 속수무책일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까지 가서 종전선언 제의에 성급했다거나 대북정책을 폐기하라는 등의 찬물을 끼얹는 것도 그런 복잡한 배경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바람은 그칠 것 같지가 않다. 다만 미풍일지 아니면 태풍일지 그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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