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가석방돼 서울구치소서 출소…수척한 모습
삼성 안팎선 투자·M&A등 기대…보호관찰로 제약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김대현 기자] 8월13일 오전 10시5분. 서울구치소 정문이 열리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법무부가 승인한 가석방 대상자들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취재진의 플래시가 터지고 현장에 자리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을 향해 "고생하셨다"며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한편에서는 가석방에 반대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고함을 외치며 반발했다.
긴장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선 이 부회장은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 잘 듣고 있다"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짙은 회색 양복에 노타이 차림을 한 이 부회장은 흰 마스크를 쓰고 정면을 응시하며 취재진 앞에 섰다. 다소 수척하고 기운이 없는 모습이었으며 지난 7개월간의 시간을 보여주듯 흰머리도 눈에 띄었다. 이 부회장은 짧은 소감을 마친 뒤 미리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구치소를 떠났다.
이 부회장은 법무부가 지난 9일 가석방을 결정하면서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지난 1월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재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보여주듯 이날 구치소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몰린 취재진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유튜버, 경찰 병력 등 수백 명이 뒤섞여 혼잡했다.
이 부회장은 광복절 연휴 기간에 휴식을 취한 뒤 향후 계획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놓고 벌이는 글로벌 패권경쟁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 대규모 투자 등 현안을 챙기며 삼성의 성장엔진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나 일정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가석방됐지만 관련 법에 따라 남은 형기인 내년 7월까지 보호관찰을 받게 돼 일정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 시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또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에 따라 취업제한 규정도 적용된다. 특경법에 따르면 법무부가 취업을 승인할 경우 제한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경제계에서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고려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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