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주가, 이틀 연속 하락세
지분 매각 계약 위반 위약금보다 큰 시장 신뢰 잃어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계약 당시보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잔금을 치르는 날 매도자가 갑자기 계약을 취소했다. 아파트 값 폭등 당시 풍경이 아니다. 양수도 대금만 3000억원 넘는 상장사 매각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홍원식 전남양유업 회장이 잔금일 예정됐던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했다.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30일 오전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사 선임건이 통과되면, 이날 오후에는 홍 전 회장 등 대주주 일가와 한앤컴퍼니 쪽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주식과 대금을 교환할 계획이었다.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거래종결 방식이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당시 남양유업 임시주총에서 돌연 관련 안건을 9월14일로 연기했다. "당사자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홍 전 회장 측은 거래종결을 위한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앤컴퍼니는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대금 납부 기한이 ‘선행조건이 완료된 뒤 13영업일이 되는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적시됐다. 양사의 합의에 따라 거래종결일은 지난달 30일이었고, 합의가 없더라도 거래종결인은 8월31일을 넘기지는 못하도록 계약서에 적시된 만큼 임시주총을 9월14일까지 미룬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홍 전 회장 측이 한앤컴퍼니에 위약금(거래대금의 10% 수준인 310억원 상당)을 주고 제3자에게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올해 4월 자사의 간판 음료인 불가리스가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고 허위 발표한 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홍 전회장은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팔기로 하고 회장 직에서도 물러났다. 이전에도 대리점 갑질논란, 허위광고 등 잊을만 하면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회사를 매각하는 순간, 다시 한번 시장을 놀래켰다. 홍 전 회장의 돌발(?) 행동에 남양유업 주가는 바로 급락했다. 홍 전 회장은 300억원이 넘는 위약금보다 더 큰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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