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
온실가스·이상기후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직업 전환에도 영향
저렴한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
소비에 민감하도록 삶의 방식 바꿔야
올 10월 탄소중립 시나리오 확정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우리는 장마와 폭염을 기후변화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소감축은 더 이상 기후문제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산업구조와 직업 등이 바뀌는 경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집무실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중립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탄소를 무역장벽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탈탄소와 경제는 더욱 밀착되는 모습이다.
윤 위원장이 지금의 기후위기를 경제와 연결하는 것은 탈탄소라는 과제가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날씨 문제라면 대중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은데,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하면 보다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할 때 온실가스, 해수면 상승, 이상기후 등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앞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녹색금융, 새로운 일자리 등도 선택지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탄소배출 억제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온실가스 배출량 11위, 이산화탄소 배출은 7위다. 특히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16위다. 윤 위원장은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UNFCC) 회원국 192개국 중 11위"라며 "탄소 다배출 국가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세대의 결정권·생존권을 현 세대가 훼손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탈탄소라는 거대한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윤 위원장의 견해다. 정부는 올 2분기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상태다. 윤 위원장은 "전기를 ‘문제 없이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과정에 대해 고민하는 국민은 적다"며 "전기소비에 민감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발전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게를 방문해보면 여름철 에어컨 설정온도가 18~19도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삶의 방식을 이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통창으로 햇볕이 쏟아지는 집무실에 블라인드만 내렸을 뿐, 인터뷰 내내 에어컨과 전등을 켜지 않았다.
탄중위는 올 10월 말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 기술작업반의 탄소중립안을 받았는데, 엄밀히 말해 2050년까지 궁극적으로 탄소 순배출 ‘0’가 아니어서 탄중위가 더욱 강력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석탄발전에 대한 고민이 깊어 보인다. 윤 위원장은 "정부 시나리오안 두개 가운데 하나에 석탄발전 존치가 들어있다"면서 "이를 두고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남겨 두는 게 말이 되냐’는 의견과 ‘정부가 두고 싶어서 두는게 아니다’는 의견이 맞섰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복수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목표는 2050 탄소중립이고 차이는 무엇을 어디에서 더 줄이느냐"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진 않았지만 배출량을 기준으로 두세 가지 시나리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이되 탄소배출이 많다면 포집·저장·활용(CCUS) 설비를 더 늘리고, 탄소배출이 적다면 CCUS를 줄이는 식이다. 윤 위원장은 "CCUS를 늘릴 경우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등을 포함해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에너지 믹스와 기술 상용화 정도에 대한 평가 등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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