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및 연세대 경영대 교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 잘못 통용되는 용어 중에 하나가 ‘오너’이다. 기업 특히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창업자 혹은 창업자 가족인 지배주주가 ‘오너’로 호칭된다. 언론은 물론 심지어는 일부 학계에서도 이들이 기업의 주인이며 기업 경영의 절대 권한을 가지는 것이 당연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라고 여긴다. 공정거래법 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동일인’을 정하게 되어 있는데 우리 법에서도 ‘오너’를 현실로 받아들인다고 할 수 있다. ‘오너’ 리스크는 이들 ‘오너’들의 경영 판단이나 일상적인 행동까지 기업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과 관련된 몇 가지 사건은 이러한 ‘오너’ 리스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류창고 화재로 소방관 1분이 사망한 쿠팡의 경우 그동안 배송과 물류창고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산업재해로 논란이 되어 왔는데 이번 화재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여기에 지난 6월 11일 부로 김범석 의장이 한국 쿠팡의 이사회 의장과 등기 이사에서 사임하고 미국 본사의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다는 사실이 화재 사건 보도 과정에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김의장이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으나 그간의 논란과 화재 사건이 겹치면서 물류창고 화재 이후 17만명이 쿠팡을 탈퇴하는 등 상황은 좋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물론 시점 상으로 김의장의 사임은 화재사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러나 김범석 의장은 상장 과정에서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받아 의결권의 76%를 보유한 전형적인 ‘오너’이다. 물류창고 화재와 사임 시기가 맞물리면서 ‘오너’가 권한만큼 경영 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소비자와 시장에 주게 되었다.
지난 5월 말 사모펀드가 지배주주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경영권이 바뀐 남양유업의 경우 역시 또 다른 ‘오너’리스크의 예이다. 홍원식 회장의 지분 51.68%를 포함해 지배주주 일가가 53.08%의 절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에도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들의 요구를 듣지 않으며 경영권을 굳건히 지켜왔던 홍회장 일가는 불가리스 사태로 주가 하락과 법적·사회적 문제가 커지자 결국 선대부터 이어온 기업을 매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중견기업으로서는 특이하게 남양유업은 대표이사가 상무이다. 불가리스 사태로 대표이사와 홍회장의 사임으로 임원이 전혀 없게 되자 선장과 항해사가 없는 배와 같은 상황이 초래되었고 결국 더 이상 경영이 어렵게 되었고 매각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오너’의 경영과 무관한 일상 생활마저도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부회장은 ‘오너’이나 주력 기업인 이마트의 등기이사에서 2013년 물러났다. SNS 활동이 활발한 정부회장이 올린 사진과 문구가 논란이 되면서 이마트 불매 운동까지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정부회장이 곧 사과하였고 다행히 기업 경영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흔히 ‘오너’ 경영의 장점은 경영진의 대리인 문제를 완화하고 빠르고 효율적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오너’들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이러한 권한이 이사회나 주주에 의한 실효적인 견제와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오너’의 경영 상 잘못된 판단이나 심지어 개인적 논란까지도 기업 경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얼마 전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 수준은 아시아 12개국 중 9위이며 전년 대비 별다른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은 이러한 ‘오너’ 리스크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너’ 리스크를 벗어날 수 있는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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