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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전기의 시대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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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가전제품 보급 시작…21세기 전력사용은 더 다양화
초기 전기는 도시와 함께 성장, 교류 전기보급으로 장거리 송전
미래 도시 전기사용 더 증가…스스로 충당하는 책임있는 도시 조성 과제

[최준영의 도시순례]전기의 시대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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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화석연료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전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오랫동안 전기를 사용해왔는데 왜 갑자기 전기의 시대라고 하는 걸까. 과거에 비해 전기의 사용량과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전기는 오랫동안 조명을 중심으로 역할해왔다. 밤을 밝히는 전구는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의 모습을 가져왔고,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활동 시간의 증가와 더불어 실내 공간에 대한 선호와 이용 빈도 증가는 전기와 조명으로 가능했다. 이런 전기는 1960년대 이후 가전제품의 본격적인 보급으로 우리 삶에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왔다. TV·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은 일상의 편리를 가져다줬다.


21세기 들어 전력은 가정에서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던 요리 과정은 인덕션의 보급에 따라 전기로 대체되고 있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부유층의 특권처럼 느껴졌던 에어컨은 점차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스마트폰 등 각종 소형 전자기기의 보급은 사람들로 하여금 충전기를 들고 좀비처럼 콘센트를 찾아다니게 만들고 있다.


고층 빌딩으로 상징되는 도시 역시 전기의 보급과 함께 성장해왔다. 고층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 유리, 그리고 승강기의 발명과 보급으로 가능해졌다. 승강기의 본격적인 보급은 전기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이뤄졌다. 전기 모터로 물을 높이 운반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고층에서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오염 물질을 내뿜지 않는 깨끗한 전기는 교통수단의 변화도 가져왔다. 복잡해지는 도로를 피해 지하로 철도를 운행하겠다는 구상은 전기기관차의 보급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연료를 싣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전기는 더 큰 힘을 내면서 거친 경사를 극복하고 사람들을 이동시키면서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한편으로 문명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로 상징되는 전기는 도시 풍경의 관점에서 보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여기저기 들어선 전신주와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은 도시의 미관을 망치는 대표적인 요소로 간주되기도 했다.


초기 전기는 도시와 함께 성장했다.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이 최초로 만든 발전소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 멀리 전송할 수 없는 직류를 사용했던 초기의 발전소는 수요처 근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수요가 늘수록 발전소도 도시 여기저기에 자리잡게 됐다. 굉음과 매케한 가스를 내뿜는 발전소가 도시 여기저기에 있는 모습은 지금으로서 상상하기 어렵지만 마차와 자동차의 소음과 악취로 뒤덮여 있던 20세기 초반 대도시에서는 별로 이상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런 모습은 장거리 송전이 가능한 교류 전기의 보급, 그리고 새뮤얼 인설(1859~1938)로 대표되는 본격적인 전기 사업자의 등장으로 변하게 됐다. 더 높은 효율을 위해 여러 곳에 나뉘어져 있던 발전소는 한곳에 모여 대형화하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전기는 송전선을 통해 도시로 보내져 사용됐다. 사람들은 점차 어디서 전기가 만들어져 사용하게 되는지 인식하지 못하게 됐다. 도시의 미관을 개선하기 위한 지중화는 사람들에게 전기의 이동 경로 자체를 숨기게 됐다. 스위치를 켜고 콘센트에 코드를 꽂으면 언제라도 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전기가 어디서 만들어져, 어떻게 가정까지 오게 되는지 이제 점점 알기 어려워졌다. 신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제 전신주와 전선은 낯선 존재가 되고 있다.


도시는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깨끗해진다. 이용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엔진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바꾸면 대기는 맑아진다. 엔진에서 이뤄지는 연료의 폭발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도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전기 자동차의 보급으로 사라진다. 전기 사용이 늘수록 도시는 조용해진다. 그러나 도시의 이런 쾌적함은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전력에 더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도시는 원래 식량·물 등 대부분의 자원을 도시 외부 공간에 의존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전기 사용 확대는 이런 경향을 더 확대시켜왔다.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수백㎞ 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산과 강을 넘어 이어지는 송전선을 타고 도시까지 이동하는 모습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왔다. 석탄의 분진과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 산 여기저기에 들어선 까마득하게 솟은 송전탑과 복잡한 송전선로를 통해 도시는 깔끔하고 깨끗하고 조용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도시는 전기 사용량이 더 증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모습은 변하게 된다. 주유소가 아닌 충전소가 도시의 풍경으로 등장하고 있다. 느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 도입은 도시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도시에서 전력을 만들어 도시에서 사용하던 100년 전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전력을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눠 사용할 것인지가 점차 도시의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외부로 떠넘기지 않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충당하는 책임 있는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쉽지 않지만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되고 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에어컨을 켤 때마다 한번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전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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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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