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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검찰 인사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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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검찰 인사의 원칙 최석진 법조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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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은 기수별로 1등부터 10등까지가 누군지 다 안단 말이야. 그런데 어느 날 50등을 갑자기 1등자리에 앉혀놓은 거지 뭐야.”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법조계 인사가 한 말이다. 이달 초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검찰 내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는 대학 선배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단순히 검사장 승진에 그치지 않고, 대검 형사부장,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최고 핵심 요직을 모두 거치며 문재인 정부 검찰의 ‘황태자’로 부상했다. 검찰총장 후보 ‘0순위’로 꼽혔던 그는 비록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 외압’ 혐의로 피고인 신분이 되며 총장에 오르진 못했지만,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직속 상급기관인 서울고검의 수장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가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는 점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한동훈 검사장을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다수 후배 검사들의 결재 요청을 거부하다 집단 항명을 당하며 내부 신망을 잃은 인물이라는 점도 그의 승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정권에 부담이 되는 여러 사건들의 수사를 뭉갰다거나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의 검사라는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오히려 인사에 있어서 그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곧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한다. 벌써 검찰 주변에서는 정권 관련 수사를 맡았던 누구누구가 좌천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을 수사한 대전지검과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이 대표적이다. 박 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학의 출금 관련 사건 수사팀장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과 관련된 기사를 올리며 ‘이해충돌’을 언급, 이번 인사에서 팀장 교체는 물론 수사팀을 해체할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두 사건은 인지 사건도 아니고 각각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수사다. 고소·고발이나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수사를 해야 하는 게 검사의 의무다.


반면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의 수족이 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무리한 징계 청구에 앞장섰던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비롯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수 검사들이 요직에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처럼 좋은 인재를 선발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무엇보다 조직에서 중요한 일이다. 특히나 검찰은 인사에 민감한 조직이다.


사법시험 성적이나 연수원 성적이 그 사람의 법학 지식이나 성실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검사의 직분을 맡아 수행하면서 보여준 모습이다. 통계 수치로 드러난 수사 성과는 물론 사건을 대하는 태도, 정의감, 선후배 검사들의 평가 등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중요한 자리를 맡아야 한다. 물론 검찰 인사에는 지역 안배, 특정 학교 출신의 편중 방지, 성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고려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청와대나 법무부에 대한 ‘충성도’가 최우선 기준이 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관의 인사권은 검찰 조직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행사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임 추 장관이 총장의 손발이 돼야할 대검 간부들을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로 채우고,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독직폭행’으로 기소까지 된 정진웅 부장검사를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시킨 지난해 8월 인사는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에 역행하는 역대 최악의 인사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검사들이 이전처럼 일을 열심히 안 한다고 한다. 야근을 해서라도 한 건이라도 미제 사건 숫자를 줄이고, 수사 성과를 올려 인사고과를 올린다 해도 그게 곧 승진의 조건이 아니라는 학습효과 탓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안 하는 게 미덕이 돼버린 웃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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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검찰개혁을 외치고 제도를 바꾼다 한들 인사를 통해 ‘정권에 충성하면 영전하고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수사로 밉보이면 좌천된다’는 메시지가 거듭 반복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 이번 인사에서는 제발 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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