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 짓는 데 혈세를 쓰다니" 헝가리서 대규모 반중 시위

5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중국 푸단대학 캠퍼스 유치 설립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5일(현지시간) 중국 대학 유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민들은 자국 내 중국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수천 명의 헝가리 시민들은 중국 푸단대학 캠퍼스 건설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 특히 참가자들 중 일부는 "반역", "노 푸단(푸단대학 반대)" 등의 팻말을 들고 부다페스트 시내에서부터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헝가리 정부는 지난 4월 중국 국립대학인 푸단대와 협정을 체결하고 부다페스트에 캠퍼스를 건립하기로 했다. 해당 캠퍼스는 2024년 완공될 예정이며, 학생 수는 6000여명, 교수진은 500명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친중 노선을 걷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번 프로젝트가 부다페스트를 교육 중심지로 만들고, 헝가리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 내에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캠퍼스 건립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중국 당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참가자는 "예산을 중국 대학을 짓는 데 쓸 게 아니라 헝가리 대학을 개선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 주최 측 또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피데스'(Fidesz)가 중국의 독재를 헝가리로 들여오기 위해 학생들의 기숙 시설과 미래를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중국 캠퍼스가 들어서는 부지에 당초 헝가리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설립될 예정이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헝가리 정부는 이날 시위를 "근거 없는 소문과 언론 보도에 기반한 정치적 히스테리"로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