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발트3국으로 우회…평균 74km 더 비행하게 돼
강제착륙 사건 당시 기장-관제사 교신 녹취록도 공개
프라타세비치 발언 담긴 영상 공개에 "폭행당한 흔적"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벨라루스 당국의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항공사들이 잇따라 벨라루스 영공 비행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비행시간이 더 길어지고 연료 소비도 늘어나 재정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유럽 항공사들이 벨라루스 영공을 피해 인근 국가인 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 영공을 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야권 운동가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당시 벨라루스 측은 이 여객기에 폭발물 설치 신고가 접수돼 비상착륙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착륙 직후 프라타세비치가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벨라루스 당국이 그를 구금하기 위해 여객기를 납치했다는 국제적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유럽연합(EU) 정상들은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벨라루스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단행을 결정했으며 벨라루스 영공을 위험 지역으로 간주하고 역내 항공사들의 벨라루스 영공 비행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벨라루스 영공 비행 중단을 결정한 항공사는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 핀란드의 핀에어,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네덜란드의 KLM, 독일의 루프트한자, 영국의 영국항공,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항공,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SAS, 폴란드의 LOT, 라트비아의 에어발틱, 아랍에미리트(UAE)의 에어아라바아 등이다.
벨라루스 영공 비행 중단에 평균 74km 더 비행
매일 400여기의 여객기가 통과하는 벨라루스 영공 비행이 중단되면서 비행시간과 연료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항공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영공 대신 발트 3국 영공으로 우회하는 여객기는 평균적으로 74km가량 더 비행하게 된다.
벨라루스 영공 비행을 중단하는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벨라루스 정부가 거둬들이는 영공 이용료 수입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유럽의 항공교통관제 기구인 유로컨트롤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2019년 영공 이용료로 8500만유로(약 1200억원)가량의 수입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 착륙 사건 당시 기장-관제사 녹취록 공개
이밖에도 벨라루스 교통부는 강제착륙 사건 당일 여객기 기장과 관제사 간의 교신 녹취록을 25일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관제센터의 관제사는 지난 23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께 기장과 교신하면서,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정보가 있음을 알리고 목적지인 리투아니아로 접근하던 항공기를 민스크 공항으로 비상 착륙시키라고 권고한다.
이에 기장이 "어디서 그런 통보(폭탄 설치)가 왔는가. 어디서 그런 정보를 받았는가"라고 물었고 또 "민스크로 회항하라는 권고는 누구에게서 나왔나. 항공사인가, 출발지 공항 지도부인가, 도착지 공항 지도부인가"라고 재차 묻기도 했다. 이어 관제사가 테러 경고 위험 수준이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 단계라고 알렸지만, 기장은 당초 목적지인 리투아니아로 계속 비행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2분 이내 기장은 다시 관제사와 연결해 비상상황이 일어났다며 민스크로 회항하겠다고 밝히며 "기내에는 133명이 탑승하고 있고 위험한 화물은 없다"고 신고했다. 녹취록에는 어떤 비상상황이 발생했는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체포된 프라타세비치 발언 담긴 영상 공개…"폭행당한 흔적"
한편, 24일 공개된 프라타세비치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당국에 의한 강요로 촬영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라타세비치는 동영상에서 "나는 민스크 제1번 구치소에 있다.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교도소 직원들의 태도도 최대한 올바르고 적법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당국이 그에게 적용하고 있는 부정시위 주도 혐의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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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동영상은 프라타세비치가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촬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라타세비치의 어머니는 아들의 진술이 강제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리투아니아 외무차관 만타스 아도메나스가 밝혔다. 차관은 또 "프라타세비치를 고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머니에 따르면) 그의 목소리가 전혀 다르며 말하는 투도 다르고 상태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외무차관 파벨 야블론스키도 자국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상에서 폭력의 흔적을 볼 수 있다"며 프라타세비치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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