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금융시스템인 디파이
대출과 예금 이자로 높은 수익률 기대
리스크 크고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보안 및 투자자 보호 문제도 한계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A씨는 지난 19일 단 하루만에 가상화폐에 투자한 금액 약 39억원 중 35억원을 잃었다고 공개했다. 당시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하루동안 5.69% 떨어졌을 뿐이다. A씨가 상식을 넘어서는 손실을 본 이유는 디파이 플랫폼을 활용해 투자했기 때문이다. 디파이 플랫폼이 어떤 투자공간이기에 한 번에 대부분의 돈을 잃고 만 것일까.
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인 디파이…대출, 예금 모두 이뤄진다
디파이란 탈피를 의미하는 디(De)와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스(Finance)를 합친 용어로 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을 말한다. 이에 개인 간 거래를 바탕으로 디파이 플랫폼을 뜻하는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가상화폐 대출과 저금이 이뤄진다.
디파이 프로토콜에선 가상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새로운 가상화폐를 대출 받아 수익 창출에 활용할 수 있다. 상승장에선 더 많은 가상화폐를 보유할 수 있어 큰 이익으로 이어진다. 시장이 좋을 것이란 확실한 믿음만 있다면 시세 차익을 위한 가상화폐를 대출을 통해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가상화폐를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해 이자를 얻는 방법도 있다. 이율이 10%를 넘는다. 최근엔 디파이 이자 농사가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화폐를 저금하면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가상화폐를 이자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급상승하면서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자체 제작한 가상화폐가 거래소에서 비싸게 팔려 디파이 이자 농사 투자자들은 더 큰 수익을 얻었다. 실제로 디파이 플랫폼 컴파운드 프로토콜에서 제작한 가상화폐 컴파운드는 25일 오전 8시54분 기준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47만5370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대비 539.95% 상승한 수준이다.
자연스레 디파이의 인기도 높아졌다. 디파이 데이터 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디파이에 예치된 금액은 총 590억달러(약 66조2983억원)다. 1년 전만 해도 9억49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달 12일엔 880억달러까지 예치 금액이 늘어나기도 했다.
일반 투자보다 리스크가 커…투자자 보호 문제도 '글쎄'
문제는 디파이를 활용한 투자는 레버리지 효과가 큰 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점이다. 대처하기도 전에 가상화폐가 폭락한다면 담보로 맡긴 가상화폐를 모두 잃을 수 있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맡기면서 담보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대출을 받는데 담보로 맡긴 가상화폐 시세가 떨어질수록 담보비율은 올라간다. 담보비율이 100%가 될 경우 디파이 프로토콜에선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상화폐 전량을 매도해버리는 반대매매를 하게 된다. 이렇게 대량의 가상화폐가 한 번에 반대매매 된다면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에 낙폭이 유난히 컸던 이유도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발생한 반대매매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출업체 ‘넥소’의 안토니 트렌체프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조정폭이 컸던 이유는 가상화폐를 대출 받아서 투자한 레버리지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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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및 투자자 보호 문제도 불안한 요소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해 해킹을 당한 디파이 플랫폼은 총 15개이며 피해액은 1억2000만~2억5000만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디파이는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한국의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지만 디파이에선 투자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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