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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한국유사] 통일신라 최대의 내전 '김헌창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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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 못오른 아버지 핑계로 반란
신라 영토 절반 차지했던 김헌창
보급로 끊어져 실패 자결로 최후

[이상훈의 한국유사] 통일신라 최대의 내전 '김헌창의 난'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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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주원(金周元)이 왕위에 오르지 못한 게 반란의 원인이었다. 785년 선덕왕이 아들 없이 사망하자 여러 신하가 왕의 조카뻘인 김주원을 왕으로 추대하려 했다. 마침 큰 비가 내려 알천(閼川)의 물이 불고 김주원은 왕궁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이를 틈타 김경신(金敬信)이 원성왕으로 즉위했다. 다분히 설화적인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김경신 세력이 김주원 세력을 배제하고 왕권까지 차지한 것은 분명하다. 원성왕은 즉위 후 김주원에게 명주(강릉) 일대를 식읍(食邑)으로 주고 중앙에서 물러나게 했다.


김헌창은 반란의 명분으로 아버지 김주원이 즉위하지 못한 것을 내세웠다. 하지만 김주원의 왕위 계승 문제는 30여년 전의 일이었다. 김주원이 자리잡았던 명주는 김헌창의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다. 김헌창과 친형제인 김종기 세력도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다. 반란의 규모가 전국적이었던 점으로 볼 때 반란의 직접적 원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당시 신라 사회에는 헌덕왕과 동생 수종(秀宗)·충공(忠恭) 등의 정치개혁을 둘러싸고 반발 움직임이 있었다. 김헌창 자신이 지방직인 도독(都督)으로 임명되는 등 인사정책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특히 헌덕왕의 동생 수종이 부군(副君)에 임명되면서 김헌창의 왕위 계승 순위는 더 멀어졌다. 이런 개인적 불만뿐 아니라 어수선한 지방민의 동향도 반란 요인으로 크게 작용한 듯하다.


인사정책에 불만 품은 김헌창
왕위 계승 순위 밀리자 반란
9조5소경 중 5주3소경 차지

김헌창은 9주 5소경 가운데 5주 3소경을 차지했다. 웅천주, 완산주(전주), 무진주(광주), 사벌주(상주), 청주(진주), 국원소경(충주), 서원소경(청주), 금관소경(김해)이 반란에 가담한 것이다. 김헌창은 옛 백제 지역을 중심으로 신라 영토의 절반을 세력권으로 뒀다. 이로써 신라는 북방의 한산주, 우두주, 명주와 단절되고 경주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지역과 주변이 모두 반란군에 포위되고 말았다.


헌덕왕은 서둘러 진압군을 편성했다. 먼저 장수 8명을 차출해 수도 주변 8곳에 배치했다. 상대등 충공에게는 경주 남쪽의 문화관문(蚊火關門)을 방어케 했다. 다음으로 공격부대를 선발대, 본대, 별동대로 나눠 편성했다. 선발대는 장웅·위공·제릉이, 본대는 균정·웅원·우징이 거느렸다. 별동대는 명기·안락이 이끄는 화랑부대였다.


선발대는 도동현(영천)을 거쳐 삼년산성(보은)까지 공격한 뒤 웅진성(공주)으로 향했다. 본대는 달구벌(대구)을 거쳐 성산(성주)에서 전투한 뒤 웅진성으로 향했다. 별동대는 낙동강 하류의 황산(양산) 방면으로 나아갔다. 경주 기준으로 선발대가 먼저 북서쪽으로 이동한 다음 보은의 삼년산성을 공격하고 본대는 서쪽으로 이동해 성주에서 반란군과 전투를 치렀다. 별동대는 남쪽으로 이동해 반란군의 동향을 견제했다.


헌덕왕이 김헌창의 반란을 인지하고 진압군 편성에 나선 시점은 3월18일이다. 반란군이 진압된 시점은 4월13일 이전이다. 신라군의 작전 기간은 길게 잡아도 25일이다. 한 달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 신라군이 웅진성을 포위한 기간은 10일이다. 이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보름 만에 경상도 지역과 보은 지역의 반란군을 진압하고 웅진성으로 들어간 셈이다.


직선거리로 경주에서 공주까지 200㎞다. 당시 교통로를 감안하면 적게 잡아도 250㎞ 이상이었다. 신라군이 250㎞를 15일 만에 주파했다면 하루 평균 16~17㎞로 행군했다고 볼 수 있다. 고대의 행군 속도는 하루 평균 12~24㎞였다. 신라군이 다소 빠르게 행군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행군 도중 도동현, 삼년산성, 속리산, 성산 등지에서 반란군과 직접 전투를 벌인 점까지 감안하면 신라군의 행군 속도는 꽤 빠른 편이었다.

[이상훈의 한국유사] 통일신라 최대의 내전 '김헌창의 난'


진압군 보은 삼년산성 점령
통로 차단된 반란군 힘 꺾여
웅진성서 10일간 마지막 저항

신라군의 반란군 진압 과정을 재구성해보자. 먼저 출발한 선발대는 영천 지역에 도착해 본대의 진군을 유도했다. 이후 선발대는 삼년산성과 속리산에서, 본대는 성주에서 각기 반란군과 전투를 벌였다. 두 부대는 영천에서 분리해 각각 행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발대는 북상해 사벌주 방향으로 은밀히 이동하고 본대는 서쪽 달구벌(대구)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반란군의 이목을 끌었다.


신라군 주력부대가 대구를 지나 성주 지역으로 진입할 경우 사벌주와 청주의 반란군은 남북으로 양분되고 만다. 신라군 본대가 대구에 주둔하자 사벌주와 청주의 병력은 각개격파당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성주 지역으로 집결했다. 당시 신라군이 먼저 공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성주 지역에 집결한 반란군 병력이 산라군을 압도하지는 못한 것 같다. 신라군도 선발대와 본대로 나뉘었기에 반란군을 쉽사리 공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신라군과 반란군의 주력부대들이 대구와 성주에서 대치하는 사이 신라군 선발대는 영천에서 빠르게 북상했다. 이들은 상주를 지나 보은을 기습했다. 삼년산성이 위치한 보은 지역은 웅천주와 사벌주를 연결하는 전략 요충지였다. 신라군 선발대가 반란군의 주요 통신로와 보급로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신라군이 삼년산성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성주의 반란군에게 전해졌다. 대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신라군 본대는 동요하는 반란군을 공격해 패배시켰다. 그 기세를 타고 곧장 웅진성으로 향했다.


신라군 본대가 웅천주로 진입하자 신라군 선발대는 본대와 합쳐 웅진성을 포위했다. 웅진성에 있던 반란군은 더 이상 외부의 지원세력을 기대할 수 없었다. 반란군의 사기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세가 신라군 쪽으로 기울자 김헌창에게 우호적이던 세력 중 일부는 이탈해 신라 편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반란군은 웅진성에서 10일간 포위된 채 서서히 무너지고 말았다.


성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김헌창은 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헌창의 종자가 그의 머리를 잘라 몸과 따로 땅에 묻었다. 성이 함락되자 신라군은 김헌창의 머리와 몸을 찾아내 다시 베었다. 그야말로 부관참시(剖棺斬屍)였다. 그리고 김헌창을 따르던 핵심 인물 239명도 처형하고 나머지 백성들은 풀어줬다.


김헌창의 반란에 가담한 군사들은 주로 지방군이어서 쉽게 진압됐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김헌창이 장수들에게 요충지를 지키라고 명령한 점, 반란군 정찰부대가 도동현까지 도착해 있었던 점, 사벌주의 병력과 청주의 병력이 성산에 집결한 점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반란군의 명령 및 지휘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만치 않았던 김헌창의 반란군이 패한 것은 반란군의 문제라기보다 진압군의 신속한 대응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훈의 한국유사] 통일신라 최대의 내전 '김헌창의 난'


왕권 약화·지방 호족의 성장
후삼국 분열의 시대 계기로

김헌창의 반란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압됐다. 하지만 신라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3년 뒤인 825년 김헌창의 아들 김범문(金梵文)이 다시 북한산주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등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김헌창의 반란은 지방 호족들의 지방할거적 경향을 크게 촉진시키고 왕위 계승 쟁탈전을 더 심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귀족들은 ‘사병(私兵)들’을 주로 동원했다.


김헌창의 반란은 통일신라 최대의 내전이었다. 신라 왕조의 구심력이 원심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치열한 왕위 쟁탈전으로 왕권이 약화한 반면 지방의 호족들은 점차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신라 정규군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어 유명무실해졌다.


삼국통일의 원동력이었던 신라군은 하대를 지나면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왕권을 지탱하는 한 축이었던 정규군은 도태되고 사병이 득세했다. 결국 통일신라는 후삼국 분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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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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