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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됐지만…수술거부·비용부담에 내몰린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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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단 80%가 수술 선택
최근 2년간 수술비 80만~100만원
비수도권은 병원 찾기조차 어려워
대체입법 부재로 혼란 가중
보건의료체계 재정비 목소리 커져

낙태죄 폐지됐지만…수술거부·비용부담에 내몰린 여성들 2019년 4월 낙태죄에 대한 위헌판결이 난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을 촉구했던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판결 소식을 들은 뒤 환호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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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임신중단이 필요해 병·의원을 찾는 여성들은 이 같은 말을 듣고 허탈해했다. 제대로 된 의료 정보를 얻지 못하고 의사들의 진료 거부 등으로 인해 권리 보호는커녕 열악한 상황에 노출돼있어서다.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은 지 1년이 넘었지만 대체입법 부재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병원 찾기도 어렵고 비용 부담도 커져

여성정책연구원이 201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임신중단을 경험한 만 19~44세 6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에 따르면 임신중단을 위해 약물을 사용(수술 중복 포함)한 응답자는 189명(21%), 임신중단 수술은 477명(79%)이었다. 병원 처방 약물 구입 비용은 보통 30만~40만원, 수술은 통상 50만~80만원 수준이었다. 약물 비용에 대해서는 64.4%, 수술 비용은 81.6%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낙태죄 폐지됐지만…수술거부·비용부담에 내몰린 여성들 임신중단 의료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여성이 60~80%에 달했다. (출처= 여성정책연구원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

낙태죄 폐지됐지만…수술거부·비용부담에 내몰린 여성들 여성정책연구원 설문 결과 작년과 올해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사람 중 32.1%가 수술비용으로 80만∼1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여성정책연구원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


수술을 택하는 이들은 확실한 중단(36.2%)이나 신속한 중단(19.4%)을 위해, 혹은 약물을 구할수 없었거나(15.9%) 중단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라서(19%) 수술을 결정했다. 임신 10주 차 이상인 경우 분만시설을 갖춘 병원급에서만 수술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병원이 대부분이며 비수도권 읍면 지역에서는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피임 접근권을 보장하고 임신중단 보건의료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식 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장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고 현대적 피임방법 전반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한편 자연유산유도제를 신속하게 도입해 여성이 상황이나 여건에 맞게 임신중단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특히 비수도권 읍면 지역의 산부인과나 임신중단 가능 의료기관 등 공공-민간 의료전달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은 "피임이나 임신중지 이전 단계에서 정보격차가 크고 부적절한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며 "특히 결혼이주여성이나 청소년 등 의료기관 정보를 스스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이들을 고려해야 한다. 임신중단 관련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여가부와 복지부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방·수술 거부 다반사…법 개정 시급
낙태죄 폐지됐지만…수술거부·비용부담에 내몰린 여성들



의사들이 피임약 처방이나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그동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낙태가 불법이었던 데다 태아 생명권에 대한 개인적 신념, 시설 미비 등 이유는 다양하다. 오정원 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산부인과 전문의는 "낙태를 합법화하면서 의료진에게 안전하게 제공해야 할 필수 의료서비스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식 전환, 설득을 통해 반감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산부인과학회에서도 임신중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술이나 합병증 등에 대한 논의에만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임신중절 수술이 음성화되면서 병원마다 다른 비용을 제시하고 각종 비용이 추가되는 등 여성들의 비용 부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설문 결과 작년과 올해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사람 중 32.1%가 수술비용으로 80만∼100만원을 냈다. 모자보건법에서 허용된 사유의 임신중절비용 의료비는 27만원이다. 오정원 전문의는 "비급여진료비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물가나 사회적 이슈에 영향을 받는데 초음파검사비나 입원비 등은 일반 항목으로 처리돼 2배 이상으로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늘고 충분한 의료서비스 제공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용 등 정부가 지원가능한 의료비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문금 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법률상 근거를 명확히 해야 건강보험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며 "신뢰할 만한 임신 유지, 종결 관련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상담수가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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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 SHARE 대표는 "원치 않는 임신과 그렇지 않은 임신을 구분하기 어렵고 다양한 여건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을수록 열악한 여건으로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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