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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 헬멧 안 쓰면 20만 원, 벌금 내라고 하면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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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3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헬멧 미착용' 20만 원 이하 범칙금
실효성 지적 잇따라···'위생, 분실, 불편함'
전문가 "넛지 효과 이용해 안전모 착용 이끌 수 있어"

'전동 킥보드' 헬멧 안 쓰면 20만 원, 벌금 내라고 하면 쓸까요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차들 사이를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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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주미 기자] 내달 13일부터 전동 킥보드 관련 안전 규정이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헬멧 의무화' 규정에 대한 실효성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킥보드 이용자가 헬멧을 일일이 가지고 다니며 착용해야 하는 규정이 현실성이 떨어질뿐더러, 헬멧 제공이 되더라도 위생, 분실 등의 문제로 이용률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다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킥보드 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안전 수칙을 대폭 강화한 법을 내놨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으로 다음 달 13일부터 킥보드를 탈 때 안전모를 쓰지 않다가 적발되면 최대 20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무면허 운전과 2인 탑승도 적발시 모두 20만 원 이하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현재는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해도 범칙금 등의 제재가 없다.


시민들 사이에선 법 시행 전부터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안전모 의무화'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다. 평소 킥보드를 애용하는 대학생 정 모(23)씨는 "킥보드를 즐겨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어디서든 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며 "그런데 누가 일부러 헬멧을 가지고 다니겠나. 번거로워서 (헬멧을) 쓰지 않을 것 같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등교할 때마다 킥보드를 탄다는 대학생 박 모(20)씨도 "헬멧이 비치돼 있다는 가정하에 쓸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생각하면 위생이 좀 걱정되긴 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동 킥보드' 헬멧 안 쓰면 20만 원, 벌금 내라고 하면 쓸까요 사고로 박살난 전동 킥보드. 전동 킥보드 사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 서울시 공용 자전거 '따릉이'가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지적은 타당하다. 지난 2018년 자전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을 당시, 서울시는 헬멧 비치 시범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 내 대여소에 대여용 헬멧을 비치하고 착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헬멧 이용률은 3%에 그쳤다.


당시 시민들은 '위생', '날씨', '헤어스타일' 등의 이유로 헬멧을 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헬멧 미회수율도 약 24%로 나타났다. 결국, 서울시는 예산과 이용률 저하 등의 문제로 두 달 만에 사업을 폐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유로 안전모를 쓰지 않는 이용자들을 방치하기에는 헬멧 미착용의 위험성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킥보드는 무게 중심이 높고 바퀴가 작아 다른 이동수단보다 쉽게 중심을 잃을 수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 또 사고가 나도 차체 등이 보호해주는 자동차와 달리 방어 장치가 없어 운행자에게 사고 충격이 그대로 가해진다.


이용자들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킥보드를 타면서 사고는 머리 및 얼굴 부상으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킥보드는 서서 타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면 두부 및 안면부 손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일어난 1252건의 킥보드 사고 중 머리 및 얼굴 부위를 다치는 경우가 약 36%로 가장 많았다. 당시 공정위는 치명상을 예방하기 위해 헬멧 등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40대 회사원이 안전모 미착용 상태로 킥보드를 타다 오토바이에 치이는 바람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숨진 사고가 있었다. 직전 달에도 고교생이 헬멧을 쓰지 않고 킥보드를 이용하다 택시에 치여 변을 당했다. 이용자들의 헬멧 착용을 이끌어 안전한 운행 문화를 장착시켜야 하는 이유다.


'전동 킥보드' 헬멧 안 쓰면 20만 원, 벌금 내라고 하면 쓸까요 다음 달 13일부터 킥보드 이용시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20만 원 이하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효과 없는 통제 대신 캠페인 등을 활용해 운행자들의 안전모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넛지 효과(nudge effect)'를 이용한 캠페인을 시행하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넛지(nudge)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이다. 어떤 행동을 강요하기보다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끄는 것을 말한다.


브라질은 넛지 효과를 활용한 캠페인으로 택시 승객들의 안전벨트 착용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2015년 자동차 회사 피아트는 자국 국민 92%가 택시 승차시 뒷좌석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점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안전벨트를 매면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캠페인 기간 동안 이 택시에 탄 승객 약 4500명이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벨트 미착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각종 문구와 광고에도 꼼짝 않던 시민들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자진해서 벨트를 멘 것이다. 강압적인 제재 없이 효과적인 변화를 유도한 단적인 사례다.


전문가도 넛지 효과를 활용해 안전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넛지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이종혁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장 겸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공공 헬멧 대신 나만의 독특한 헬멧을 이용하는 등 안전모가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도록 한다면 헬멧 착용 자체가 넛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개인만의 특색이 드러나는 헬멧은 '멋스러운 나, 안전 문화를 준수하는 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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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따릉이 등 지자체 공용 자전거와 같이 킥보드도 어느새 '편의성'이 우선되면서 '안전'이란 가치가 등한시 됐다"며 "넛지 효과를 이용해 헬멧 착용 문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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