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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섬뜩한 '셰이프시프터' 우리들의 또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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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B. 카추바 '변신의 역사'
페니와이즈·늑대인간·뱀파이어…변신하는 존재로 다가오는 캐릭터
내적 욕망·실현 못한 동경의 판타지…우리 영혼·문화 속에 늘 존재

[이종길의 가을귀]섬뜩한 '셰이프시프터' 우리들의 또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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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보트 가지고 싶니?" 페니와이즈가 물었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 않으니까 자꾸 물어보잖아." 웃으면서 보트를 들어 올린 그는 커다란 오렌지 색 단추가 달린 자루 모양의 실크 옷차림이었다. 목에는 멋진 검푸른 넥타이를 매고, 손에는 상냥한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이 항상 끼고 다니는 것과 같은 흰색의 커다란 장갑을 끼고 있었다.


공포소설 전문 작가 스티븐 킹의 대표작 ‘그것’에서 페니와이즈가 루저 클럽의 소년 조지에게 접근하는 대목이다. 페니와이즈는 단순히 무서운 광대가 아니다. 수백만 년 전 소행성을 타고 지구에 온 외계 셰이프시프터(Shapeshifter·모습을 바꾸는 존재)다. 27년마다 잠에서 깨어나 아이들을 잡아먹는다. 희생자들이 공포에 떠는 걸 즐겨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로 변신해 나타난다. 미라, 문둥이, 유령, 늑대인간, 욕실 세면대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피, 익사한 소년…. 자기가 두려워하는 것과 마주친 아이들은 심리적 문제에 직면한다.


페니와이즈가 처음부터 두려운 존재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근한 어릿광대로 분한다. 다정해 보이지만 방심하는 순간 본모습을 드러낸다. 무시무시한 전개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것’은 출간 2주 만에 밀리언셀러가 됐다. TV 시리즈와 영화로도 이어져 이른바 ‘광대공포증(Coulrophobia)’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이나 공포의 근원은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본능이다. 우리에게도 있다. 규칙에서 벗어나고 싶은 유혹, 의식이나 도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 등으로 존재한다. 도덕의식과 사회규범을 발전시키면서 배척해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이종길의 가을귀]섬뜩한 '셰이프시프터' 우리들의 또다른 얼굴


소설가 존 B. 카추바는 저서 ‘변신의 역사’를 통해 이런 면면이 셰이프시프터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신하는 존재들의 특징과 여기 담긴 의미를 분석하고,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내밀한 욕구가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셰이프시프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인간이 사회적 제약과 도덕적 속박에서 벗어나 동물이 누리는 자연 그대로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자유를 안겨주는 것이다. 동물로 변신한 인간들의 이야기는 옛날부터 차고 넘쳤다."


셰이프시프터의 매력은 제멋대로 행동하고 싶다거나 뭔가 바꾸고 싶은 바람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체성을 찾거나 사회에서 적절한 자리를 알아내려는 인간의 노력까지 반영돼 있다.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셰이프시프터가 혼란스러워하고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기묘한 동질감은 자기를 좀 더 매력적이거나 강력한 뭔가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환상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셰이프시프터는 유독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과 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그것’을 비롯해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헝거 게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종길의 가을귀]섬뜩한 '셰이프시프터' 우리들의 또다른 얼굴


미국 세인트메리대학 총장을 역임한 영문학자 게리 터콧은 "과거의 뱀파이어가 혐오스러운 ‘타자’의 상징으로 우리도 그렇게 될까 두려운 존재였다면, 오늘날의 이야기들에서 이 ‘괴물’은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되고 싶은 ‘최종 목표’가 됐다"라고 말했다.


카추바의 생각도 비슷하다. "셰이프시프터는 신화라는 옷장 속에 깊숙이 처박힌 채 낡아가는 오래된 재킷 같은 존재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한다. 영화·TV프로그램·만화·소설·비디오게임에 등장하고, 때로는 공포물이나 판타지물의 팬 이벤트에서 목격된다."


코스튬플레이나 코스프레는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많은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의상을 입고 몇 시간 동안 그 캐릭터처럼 행동한다. 가장무도회나 핼러윈 파티의 그것도 다르지 않다.


변신 과정에는 내적 바람과 욕망, 실현되지 못한 동경이 자리한다. 셰이프시프터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소멸하지 않은 채 우리의 영혼과 문화 속에서 잠재적 힘으로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신화 이상의 존재일 수도 있다.


[이종길의 가을귀]섬뜩한 '셰이프시프터' 우리들의 또다른 얼굴


페니와이즈도 다르지 않다. 거짓된 겉모습 뒤에 숨은 무시무시한 공포는 본질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 마음에 있는 두려움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을 유혹해 자기의 의도대로 조종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공포가 커지면 강해지고, 사람들의 용기가 커지면 약해진다. 카추바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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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시프터로서 페니와이즈는 루저 클럽 아이들에게 자신의 공포와 마주하는 법, 사회를 위협하는 무리에 맞서 힘을 모으고 함께 싸우는 법,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치는 중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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