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1조2000억원 규모의 대기업 단체급식 시장이 개방된다. 그간 대기업 자회사 등에 독점되던 시장의 빗장이 풀리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단체급식 업체 간 표정이 엇갈렸다.
6일 단체급식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이 단체급식 시장을 경쟁입찰로 전환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안에 동의했다. LG는 자사 단체급식 시장을 순차적으로 전면 개방하고, CJ는 급식 시장의 약 65%를 경쟁 입찰로 전환해 순차적으로 일감을 나눠가기로 했다.
현재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계열사나 친족회사인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시장(4조3000억원)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 시장이다. 이번 합의로 이들 업체 간 경쟁뿐만 아니라 그동안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독립 기업들과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 현대, LG가 계열사이거나 친족회사인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 아워홈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 세 업체는 제조업 기반의 계열회사를 발판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공장 하나 당 식수가 수만명에 달해 이들 업체에는 큰 매출원이었지만, 이를 시장에 개방하게 되며 매출의 상당 부분을 놓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 단체급식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 급식업체 중에서는 모기업이 제조업 중심이냐 아니냐에 따라 희비가 많이 갈릴 것"이라며 "제조업 중심의 경우 공장 하나하나가 매우 대규모로 그동안 해당 사업장을 독점해오던 업체는 큰 타격이 될 수 있고, 나머지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과 기흥 사업장의 구내식당 2곳에서 그룹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를 대신할 단체급식사업자 선정에 나서며, 대기업 계열의 주요 급식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가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단체급식 업체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지 봐야 하는데, 2~3만명 식수를 중소기업에서 감당할 수 없어 시장 개방이라는 취지에 결국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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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업장이 문을 닫거나 재택근무 활성화 등으로 단체급식 업계 매출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CJ프레시웨이는 2019년도 영업이익 580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적자 35억원 기록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 감소했다. 반면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영업이익 9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7% 성장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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